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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09 11:4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24  

오래된 연인

 

   최기순

 

 

저 유리창을 꽉 채운 나무 그림자가

하나의 현상이라면

서로 겹처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지나온 시간은 질량이다

 

그렇다면

처음 그대가 나를 채운 것을 현상이라고 해도 되나

그렇게 붙박혀 지나온 시간을 질량이라 해도 되나

 

나무가 제 안에 현상되는 걸 유리창이 바라보듯

바라본 시간의 정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대와 나의 사랑이 시작된 곳

 

단지 허공에 불과했던 그대가

한 덩어리 에너지로 심장을 강타한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그대가 우주 속을 한 점 기포로 떠돌았다면

나는 적도의 마른 모래

동시에 한 생의 장막을 움켜잡는 손가락

 

혹은 내가 그대 몫의 그릇을 다 비우고도

집요하게 긁어대는 빈 숟가락은 아니었을까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무한궤도를 돌며 이렇게

 

- 최기순 시집 음표들의 집(푸른사상, 2013)에서

 

 



경기도 이천 출생
2001년《실천문학》등단
시집으로『음표들의 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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