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8-04-09 11:4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006  

오래된 연인

 

   최기순

 

 

저 유리창을 꽉 채운 나무 그림자가

하나의 현상이라면

서로 겹처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지나온 시간은 질량이다

 

그렇다면

처음 그대가 나를 채운 것을 현상이라고 해도 되나

그렇게 붙박혀 지나온 시간을 질량이라 해도 되나

 

나무가 제 안에 현상되는 걸 유리창이 바라보듯

바라본 시간의 정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대와 나의 사랑이 시작된 곳

 

단지 허공에 불과했던 그대가

한 덩어리 에너지로 심장을 강타한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그대가 우주 속을 한 점 기포로 떠돌았다면

나는 적도의 마른 모래

동시에 한 생의 장막을 움켜잡는 손가락

 

혹은 내가 그대 몫의 그릇을 다 비우고도

집요하게 긁어대는 빈 숟가락은 아니었을까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무한궤도를 돌며 이렇게

 

- 최기순 시집 음표들의 집(푸른사상, 2013)에서

 

 



경기도 이천 출생
2001년《실천문학》등단
시집으로『음표들의 집』등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39340
1294 기상예보 / 김백겸 관리자 07-19 253
1293 모란 / 윤진화 관리자 07-19 220
1292 액자 속 액자 / 한정원 관리자 07-17 371
1291 나는 대기가 불안정한 구름 / 장승진 관리자 07-17 280
1290 드레스 코드 / 박종인 관리자 07-16 277
1289 거미박물관 / 박설희 관리자 07-16 246
1288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류미야 관리자 07-13 575
1287 별빛 한 짐 / 이원규 관리자 07-13 481
1286 넙치 / 박성현 관리자 07-12 422
1285 먼지벌레 / 신혜정 관리자 07-12 414
1284 맹점의 각도 / 한성례 관리자 07-11 453
1283 적막 한 채 / 나병춘 관리자 07-11 423
1282 신도. 시도. 모도. / 이 권 관리자 07-10 477
1281 바람의 사어 / 이철우 관리자 07-10 531
1280 안옹근씨를 찾습니다 / 정 호 관리자 07-09 464
1279 풀잎 사랑 / 윤여옥 관리자 07-09 617
1278 푸른 눈썹의 서(書) / 조경희 관리자 07-06 644
1277 배낭이 커야 해 / 박형권 관리자 07-06 588
1276 잘못된 음계 / 하재연 관리자 07-05 642
1275 세상의 중심에 서서 / 이근화 관리자 07-05 656
1274 옷의 감정 / 박춘석 관리자 07-03 834
1273 식물의 꿈 / 이현호 관리자 07-03 740
1272 나무는 나뭇잎이 꾸는 꿈, 나는 네가 꾸는 꿈 / 김중일 관리자 07-02 721
1271 놋쇠황소 / 박지웅 관리자 07-02 609
1270 이토록 적막한 / 전동균 관리자 06-29 893
1269 꽃이 꽃을 건너는 동안 / 조연향 관리자 06-29 935
1268 동안 열풍 / 이동우 관리자 06-26 1002
1267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 복효근 관리자 06-26 847
1266 카리카손의 밤에 쓴 엽서 / 박소원 관리자 06-25 866
1265 건전 이발소 / 구광렬 관리자 06-25 846
1264 툭툭 / 박은창 관리자 06-25 889
1263 로사리아 아줌마 / 이시향 관리자 06-22 1077
1262 빈 배로 떠나다 / 이도화 관리자 06-22 1060
1261 그 저녁, 해안가 낡은 주점 / 박승자 관리자 06-21 995
1260 어김없는 낮잠 / 박 강 관리자 06-21 984
1259 이름의 풍장 / 김윤환 관리자 06-20 969
1258 재봉골목 / 최연수 관리자 06-20 941
1257 호피무늬를 마시다 / 진혜진 관리자 06-19 927
1256 물푸레나무도 멍이 들었대요 / 신이림 관리자 06-19 921
1255 엄마가 들어 있다 / 이수익 관리자 06-18 1031
1254 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 관리자 06-18 1040
1253 미안해 사랑해 / 신단향 관리자 06-16 1241
1252 펜로즈 삼각형 위에 서다 / 강인한 관리자 06-16 932
1251 사바세계 / 이위발 관리자 06-12 1272
1250 이모 / 고경숙 관리자 06-12 1242
1249 집중 / 서규정 관리자 06-11 1326
1248 앵두나무 소네트 / 신정민 관리자 06-11 1193
1247 바닷가 사진관 / 서동인 관리자 06-05 1726
1246 몸붓 / 안성덕 관리자 06-05 1395
1245 심해어 / 진수미 관리자 05-31 1739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