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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15 10:2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627  

소묘 5

ㅡ 우리 기쁜 젊은 날

   

    이성렬



   수덕사에서 산길을 휘돌아 하루를 걸어온 객의 몸은 무겁다. 늙은 내외가 살아가는 초가. 자식들은

어디에 있는지 그는 묻지 않는다. 개심사 나한들이 부릅뜬 눈을 내리고 입적하는 시각. 달빛 아래 책

속의 시인이 나직이 부르는 여인의 이름, 혜수. 저승에서 돌아오는 바람의 발소리가 그러한가, 겨울

대나무들이 서로의 살갗을 부비며 펼치는 검푸른 소리의 파도. 창호 사이로 쏴아아쏟아져 들어오는

시간의 알곡을 씻는 손길에 귀 기울이며, 청년은 오랜 후에 시인이 될 것임을 예감한다. 열린 상흔들을

떨쳐버리려 떠나왔으나 비극은 어두운 뜨락에 이제 막 피어나. 먹빛 우울은 부어오른 눈가에 타오르는

. , , 텅 빈 산자락에 버려진 초분의 눈썹이 떨어져나가는 소리. 어디선가 찢어지는 댓잎의 육성과

함께, 유성 한 점이 그 밤의 긴 행로를 서녘으로 내린다


-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1712

 



leesunlyul-140.jpg


1955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및 KAIST 졸업,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학위

2002서정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여행지에서 얻은 몇 개의 단서』 『비밀요원』 『밀회

산문집 겹눈

1회 시와경계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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