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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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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15 11:1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87  

어른의 맛

 

    김윤이

 

 

결코 경험만이 아니고, 아니고요

그걸 그냥 연애라 말할까 봐요

1.5볼트짜리 건전지,

양극 바로 옆에 음극이네요

시가지 걷다 시그널 음악 멎었을 때

한 걸음 반에서 한사코 숙여 발끝 보면

내게서 가장 먼 날 환히 상상할 수 있어요


키스처럼 혀끝 대봐요

찌릿찌릿하고 야릇한 씁쓸한 맛

전류가 남았는지 알 수 있다네요

그렇게 내가 흘러온 방향과 흘러가는 방향을 아는 거래요

하지만 별로 권하진 말아요

불 켤 수 있는 남은 양 알면

예기치 않게 놀랄 수 있겠네요

기묘한 동작으로 형언키 어려운 청춘의 불빛들

충전할 수 없는,

날들은 눈부신 거죠

 

시침 뗀 표정으로 눈 감아도 느껴지는 이상한 맛

몸뚱어리에 퍼지고 비로소 어른이 되어버렸죠

사랑이었나요? 우리

아둔한 질문에 쓴웃음 지으며

몸만 남아 수명 다할 때까지

싱겁게 사라지는, 진짜로 이상한 세월의 맛
 

사거리 신호에 걸린 채

즐비하게 몸 섞는 여름과 가을 가로수

기억이 방전되도록

들리지 않는 음악 들으며

자연스럽게 어깨 비켜 지나는 연인들


 - 김윤이 시집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창비, 2011)에서 

 



 

kim-yooni-140-2.jpg

 

1976년 서울 출생. 본명 김윤희
2006 연세대 윤동주 문학상 시부문 수상
2006 계명대 계명문화상 시부문 수상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독한 연애』『뒤뚱뒤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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