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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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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23 09:2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421  

이 지는 일

 

    배홍배

 

 

살구꽃이 졌다

 

떨어진 꽃잎은 잊혀졌지만 꽃 진 자리는

점점 자라서, 아이 울음만큼 자라서

직박구리가 목이 쉬어 떠났다, 가서는

 

다시 오지 않았다

 

새가 앉았다 간 자리를 쳐다보아도

아무리 쳐다보아도

 

꽃잎을 쉬이 잊은 일에 대한 치밀한 반성이나

가책 말고는 달리

 

설렐 만한 일은 없었으므로

 

살구꽃 사진을 침실에 걸어놓고 물끄러미

쳐다보곤 했다

 

새가 떠나지 않았다면

침실의 어두운 불빛 아래가 아니었다면

 

꽃잎 속에서 어떤 그리움이 무릎 바짝 세우고

나를 내려다보는 줄 알기나 했겠나

 

살구 알이 자라서 드리우는 동그란 그림자 안이

그처럼 환한 줄 생각이나 했겠나


- 배홍배 시집 바람의 색깔(시산맥사, 2014)

 


 bae.jpg

  

1953년 전남 장흥 출생

2000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단단한 새, 바람의 색깔, 산문집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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