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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12 11:29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91  

사바세계

 

   이위발

 

 

  너는 손가락 쥐고 태어나 손가락 펴고 죽듯이, 까무룩히 잦아드는 놀을 바라보는, 네 얼굴은

 발가벗은 것 같았다. 발가벗고 있으면서 발가벗지 않았다고 말하는, 발밑에 땅이 움직이고

있다. 뱀을 밟았는지 흙을 밟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나뭇가지들이 후벼 파듯이 불쑥불쑥 나타나고,

억센 들풀은 다리를 친친 감아당기고, 날개 달린 곤충들은 응답 없이 날아와 깨물었다. 너는 국물에

빠진 머리카락이 누구 것이냐고 물었다. 네 것이라고, 내 것은 모두 네 것이라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하늘을 날고 있는 잠자리가 하늘이 어디냐고, 하늘로 가겠다고 떼쓰는 것과 같았다.

소리로 태어나 소리로 살다 소리 없이 죽는다는 것을, 너는 시치미 뗀 채 누-을 감았다.

 

-월간 시인동네(2018.6월호) 에서

 

 

 



IMG_4361.jpg

 

1959년 경북 영양출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졸업

1993현대시학등단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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