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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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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21 08:3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379  

어김없는 낮잠

 

    박 강

 

 

나는 낮에 쉰다, 움직이는 것들을

정지시키기 위하여

끝장내기 위하여, 그것은

한때의 철없던 꿈

부끄럽지 않은 시인이 되는 꿈

 

북상의 궤적을 만들어 내려 애쓰는

남태평양의 작은 태풍에게도

꿈은 있지

예상 가능한 것들은 낮에 움직이므로

그 중심에서

구름들에게 속삭이는 난류의 바다가 되는 것

휘몰아치는 목소리가 되는 것


오늘도 낮에 쉬면서 나는

이 거리에서

소용돌이치는 것들을 보고 있다, 모두가

그물에 잡혀 놀란 물고기 눈빛

살려거나

발버둥치거나 그것은 잠깐

도마 위에서 토막 나는 것도 잠깐


밤마다 악몽 속에서

잠깐씩 나는 잠을 이어갔고

충혈된 눈으로 새벽을 마주했다, 빛의 그물이

온 세상에 던져지고

건져 올려진 사람들이 어딘가로 운반될 때


그물코 사이로 용케 빠져나온 게 나라면

자유롭게 바다를 헤엄쳐온 게 나라면

꿈을 꾸고 이룬 삶, 하나

오후마다

왜 이렇게 졸리고 슬픈가

햇살은 사람들의 고통을 덮어주는 마취제

왜 나에게만 가혹한가


북상의 궤도 속에서

지느러미를 다친 모양이야

심해의 바닥으로 나는 추락하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는 낮잠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배를 들어내고 눈을 감는다

 

- 시작(2017년 봄호)에서

 

 


박강.jpg

본명 박민규, 1973년 인천 출생

고려대 국문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2007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박카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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