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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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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25 08:4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880  

건전 이발소

 

    구광렬

 

  머리를 깎는 동안 이발사는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딸이 농협에 취직했다,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비싸지겠다, 보일러가 터졌다 하지만 이야기의 반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벽에 걸린 그림 때문이었다

어미 개와 강아지 열 마리를 그리고 있는, 한 화가를 그린 그림이었다 그중 한 마리가 캔버스 밖으로 발을

내밀어, 그림 속 화가에게 건네고 있었다 그림 속 그림의 강아지의 웃음, 그림 속 화가의 웃음, 그림 밖 내

웃음이 삐거덕거리지 않고 번져나갔다 그제야, 자신의 말을 건성으로 들었다는 걸 안 이발사, 웃었다

 

    밖으로 나오니, 함박눈이 내렸다 건너 성당의 마리아상 속눈썹에까지 쌓일 기세였다 공원놀이터가 보이고,

빈 그네 위에 흰 눈이 쌓이고, 고요한 밤, 소시민을 위한 밤이 될 듯했다 단지, 머리카락을 잘랐을 뿐이건만

뇌수술을 받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담벼락에 주차되어있는 내 디젤 짚을 보는 순간, 20년 된

보일러가 떠오르고, 10년 째 취직 못하는 아들놈이 떠올랐다 그렇게 풍경은 그림이 되고 있었지만, 난 그림

밖에 있었다

   정녕 그 그림을 그린 화가도 웃었을까 시동을 걸기도 전에, 그림 속 강아지 발이 그리웠다

 

 


구광렬시인.png


1956년 대구 출생

멕시코 국립대학교(UNAM)에서 중남미문학을 공부

1986년 멕시코 문예지 마침표 El Punto에 작품을 발표하며 중남미문단에 등단

한국문단에서는 오월문학상 시 부문 대상 수상 및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작활동을 시작

한국어 시집으로 슬프다 할 뻔했다』 『불맛

하늘보다 높은 땅(La tierra más alta que el cielo) 팽팽한 줄 위를 걷기(Caminar sobre la cuerda tirante) 등 다수의 스페인어 시집

UNAM 동인상, 멕시코 문협 특별상, 브라질 ALPAS XXI 라틴시인상 International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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