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8-07-05 13:1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92  

세상의 중심에 서서

 

   이근화

 

 

 

도서관을 세웠습니다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책을 날마다 주워 와서

번호를 매기고

뜯긴 책장을 붙였습니다

나란히 꽂았습니다

 

캄캄하고 냄새가 나서

나는 이곳이 좋아요

조금 더럽고 안락해서

날마다 다른 꿈을 꿉니다

 

도서관이에요

책들은 하룻밤이 지나면

숨을 쉬고

이틀 밤이 지나면

입술이 생기고

사흘째 팔다리가 태어납니다

나흘째 사랑을 나누고

 

먼지가 가라앉습니다

나는 뻘뻘 땀을 흘리며

혼자 길고 긴 산책을 합니다

멀리서 책을 한 권 또 주워 왔습니다

 

이번에는 코가 없고

감기에 걸린 놈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함께 커피를 마시고

토론을 했습니다

불을 다 끈 도서관에서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세상의 중심에 서서

구멍 난 내일을

헌신짝 같은 어제를

조용히 끌어안았습니다

도서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우리였기 때문입니다

 

  ⸻⸻⸻⸻⸻⸻

  *출판사들이  원하지 않는 서정적이고, 신들린 것 같은 미국의 저술을 모으는 일이야(리처드 브라우티건, 임신중절).


 

            계간 :든시2018년 여름호

PYH2009070101660000500_P2.jpg


 

 

1976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
2004년 ≪현대문학≫ 등단
2009  윤동주 젊은 작가상 수상
시집 『칸트의 동물원』『우리들의 진화』『차가운 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39394
1294 기상예보 / 김백겸 관리자 07-19 341
1293 모란 / 윤진화 관리자 07-19 300
1292 액자 속 액자 / 한정원 관리자 07-17 422
1291 나는 대기가 불안정한 구름 / 장승진 관리자 07-17 324
1290 드레스 코드 / 박종인 관리자 07-16 319
1289 거미박물관 / 박설희 관리자 07-16 292
1288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류미야 관리자 07-13 621
1287 별빛 한 짐 / 이원규 관리자 07-13 528
1286 넙치 / 박성현 관리자 07-12 461
1285 먼지벌레 / 신혜정 관리자 07-12 456
1284 맹점의 각도 / 한성례 관리자 07-11 490
1283 적막 한 채 / 나병춘 관리자 07-11 460
1282 신도. 시도. 모도. / 이 권 관리자 07-10 512
1281 바람의 사어 / 이철우 관리자 07-10 568
1280 안옹근씨를 찾습니다 / 정 호 관리자 07-09 497
1279 풀잎 사랑 / 윤여옥 관리자 07-09 664
1278 푸른 눈썹의 서(書) / 조경희 관리자 07-06 677
1277 배낭이 커야 해 / 박형권 관리자 07-06 623
1276 잘못된 음계 / 하재연 관리자 07-05 680
1275 세상의 중심에 서서 / 이근화 관리자 07-05 693
1274 옷의 감정 / 박춘석 관리자 07-03 872
1273 식물의 꿈 / 이현호 관리자 07-03 775
1272 나무는 나뭇잎이 꾸는 꿈, 나는 네가 꾸는 꿈 / 김중일 관리자 07-02 759
1271 놋쇠황소 / 박지웅 관리자 07-02 645
1270 이토록 적막한 / 전동균 관리자 06-29 931
1269 꽃이 꽃을 건너는 동안 / 조연향 관리자 06-29 978
1268 동안 열풍 / 이동우 관리자 06-26 1040
1267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 복효근 관리자 06-26 880
1266 카리카손의 밤에 쓴 엽서 / 박소원 관리자 06-25 903
1265 건전 이발소 / 구광렬 관리자 06-25 881
1264 툭툭 / 박은창 관리자 06-25 925
1263 로사리아 아줌마 / 이시향 관리자 06-22 1110
1262 빈 배로 떠나다 / 이도화 관리자 06-22 1100
1261 그 저녁, 해안가 낡은 주점 / 박승자 관리자 06-21 1033
1260 어김없는 낮잠 / 박 강 관리자 06-21 1021
1259 이름의 풍장 / 김윤환 관리자 06-20 1002
1258 재봉골목 / 최연수 관리자 06-20 978
1257 호피무늬를 마시다 / 진혜진 관리자 06-19 966
1256 물푸레나무도 멍이 들었대요 / 신이림 관리자 06-19 954
1255 엄마가 들어 있다 / 이수익 관리자 06-18 1065
1254 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 관리자 06-18 1077
1253 미안해 사랑해 / 신단향 관리자 06-16 1281
1252 펜로즈 삼각형 위에 서다 / 강인한 관리자 06-16 970
1251 사바세계 / 이위발 관리자 06-12 1308
1250 이모 / 고경숙 관리자 06-12 1279
1249 집중 / 서규정 관리자 06-11 1362
1248 앵두나무 소네트 / 신정민 관리자 06-11 1224
1247 바닷가 사진관 / 서동인 관리자 06-05 1767
1246 몸붓 / 안성덕 관리자 06-05 1427
1245 심해어 / 진수미 관리자 05-31 1779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