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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13 15:0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023  

 

    이원규

 

 

두 눈이 나빠져도 별은 보인다

빗점골에 쏟아지는 별빛들이 아까워

늦가을 다람쥐가 도토리 줍듯이

한 자루 가득 채웠다

 

이역천리 서울 가는 길

깡마른 몸 지게에 별빛 한 짐을 지고 갔더니

와 이리 캄캄하노?

철지난 노래라며 슬슬 눈길을 피했다

인사동 뒷골목에도 내다버릴 곳이 없었다

그래, 서울이 좀 더 밝아졌을 뿐이야

노안의 두 눈을 질끈 감고

풀이 푹 죽은 별빛 한 자루를 둘러맸다

 

지하철 3호선 심야고속버스 갈아타고

까무룩 섬진강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다람쥐꼬리를 감추며 말했다

에휴, 쌀자루에 쌀은 안 담아오고

전기밥솥 코드를 뽑아버렸다

 

조금 굶는다고 아무데나 거미줄 치랴

자정 넘어 섬진강 백사장에 나가

풀죽은 별자루를 열자마자

호르르 반딧불이들이 날아올랐다

쥐나도록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는데

어찔비칠 현기증이 일었다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 별들이 빛났다

 

-《시와 경계2018년 여름호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계명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84월간문학1989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빨치산 편지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

돌아보면 그가 있다옛 애인의 집강물도 목이 마르다

산문집 벙어리 달빛

16회 신동엽창작상, 2회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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