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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15 14:29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13  

래는 강에서 죽었을까

 

제리안

 

 

검은 타일이 모래사장처럼 깔려 있는

욕실에서 옷을 벗는다.

물이끼로 얼룩진 거울 속 검푸른 등

유난히 배만 하얀 나는

자라도, 자라도 언제까지나 너에겐 꼬마 향고래

잃어버린 미끈한 발을 욕조에 담그고

어느새 난 바다에 잠겨 있다. 눈썹 위로 비가 내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너에게로 가기 전 숨을 고른다.

어둑어둑 검어지는 천장엔 물병자리

눈물의 수압을 밀어내며 꼬리지느러미를

힘껏 펼치는 이유를 넌 아니,

텔레파시 같은 건 이제 말을 듣지 않아

난 길을 잃고 점점 얕아지는 물길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믿었던 꼬리지느러미조차

너의 시간은 역류하지 못한다.

힘을 다해 마지막 초음파를 쏘아올리고,

이제 나는 달려간다.

뭍이 다가오고 등에 새겨진 파도의 문장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 울컥 토해낸 바다,

숨소리 잦아든다.

 

-시집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에서

 

 

제미정.jpg

본명 제미정

1979년 서울 출생

2006문학바탕신인상 수상

시집으로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

 


SONG병호 17-03-24 10:01
 
멋진 시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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