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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21 11:2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361  

어느 저녁 · 4

 

정철웅

 

 

내가 걸어 나온 추억들은 모두

오늘보다는 멀고

어제보다는 조금 더 가까이

그늘 푸른 우물로 고여 있다

 

산다는 건 스스로 우물이 되어

깊고 서늘하게 출렁이는 것

제 몸을 흔드는 하늘빛 당겨

자신의 푸름을 맑혀내는 것

 

견디며 살아내는 일들이

때때로 고달픈 생각에 야위어

머리칼 손끝마다 푸석이는 날

발끝을 딛고 서서 추억을 긷는다

 

머리칼을 적시면, 우물 속으로 첨벙

생각이 빠지고 온 몸이 푸르게 젖는다

이윽고 우물 속을 암벽하는 벌레가 된다

어디선가 어둠이 불어와 불빛에 젖는다

 

떠나지 않은 채 어김없이 그리운 것들,

잊히지 않는 머리칼은 축축하다

남루하던 일상의 어깨 위에

우물 속에 올을 씻어낸 달빛이 쌓인다

 

 

 200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홀로 혼자가 아닙니다』 『내가 나부끼면 너도 흔들리니

따스한 서랍』 『떠나지 않는 봄

8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수상

2009년 광주문예진흥기금 받음

 

 


뚜레 17-03-28 23:18
 
정철웅 님의 시집 '따스한 서랍'은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게 해줍니다

어느저녁 ᆢ연작시도
잔잔한 여운이 남게하는  시입니다ᆢ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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