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04-04 08:57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85  

다정과 다감

 

황인찬

 

 

  한 사람이 자꾸 공원을 헤매는 장면을 상정해 본다 두 사람이 물 위에서 노를 젓는 장면을 병치해 본다 한낮의 공원, 하고 떠올리면 떠오르는 것들을 한낮의 공원이라는 말이 대신해 주고 있다

 

  고수부지의 두 사람, 바글대는 여름의 날벌레들,

  모두가 내린 버스에서 홀로 내리지 않는 한 사람 같은

 

  그러한 장면이 이 시엔 없고

 

  영화를 보는 장면이 갑자기 끼어든다 영화 속에서는 사람들이 죽는다 원래 죽기로 되어 있던 사람들이 죽는다 영화 밖에서도 사람은 죽지만 거기에는 자막이 없다

  

  이 시에는 다른 어떤 시들처럼 사람이 등장하고,

  그 사람이 아프거나 슬프거나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공원으로 나오면 잔디를 밟지 마시오, 라는 팻말이 보인다 그것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쓰인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 현대의 한국어 문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진행된다

 

  한 낮의 공원,

 

  이 쯤에서 시선이 멀어지는 것이 좋다 새가 날아갈 수도 있고, 공원을 둘러싼 도로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삽입되기도 한다 아니면 더욱 멀리 가거나, 그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시를 끝낼 수도 있지만

 

  잔디를 밟지 않으려고 어디로도 가지 않고

  잔디의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이 슬프지 않다

 

  그렇게 써도 슬픈 것은 어쩔 수 없다

 


황인찬.jpg

1988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0현대문학신인상 수상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제3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22783
910 백지 위의 유목민 / 김석환 관리자 08:49 42
909 조개가 꽃핀다 / 김승해 관리자 08:46 38
908 슬픔을 가늠하다 / 서화성 관리자 06-28 131
907 발자국 레퀴엠 / 서상권 관리자 06-28 100
906 정미소처럼 늙어라 / 유강희 관리자 06-27 172
905 압정의 형식 / 양아정 관리자 06-27 148
904 바람의 리허설 / 양윤식 관리자 06-23 400
903 우리들이 지나가는 흔적 / 박현솔 관리자 06-22 472
902 도고 도고역 / 류외향 관리자 06-22 312
901 선운사에서 / 최영미 관리자 06-21 406
900 뒤 / 표성배 관리자 06-21 354
899 사물들이 존재하는 방식 / 고현정 관리자 06-20 420
898 나무의 밀교 / 권영준 관리자 06-20 374
897 파전과 우산과 k의 기록 / 하여진 관리자 06-19 389
896 마음에서 나와 다시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 한성례 관리자 06-19 391
895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 / 장승리 관리자 06-16 558
894 여름날의 팡파르 / 박해옥 관리자 06-16 510
893 옆구리 / 이해존 관리자 06-15 580
892 달 오르는 소리 / 이영균 관리자 06-15 563
891 비어 하늘 가득하다 / 권도중 관리자 06-14 568
890 조롱박 / 진혜진 (1) 관리자 06-14 536
889 정선 여자 / 함명춘 관리자 06-13 556
888 문득, 나비 / 최연수 (2) 관리자 06-13 647
887 장미꽃을 해부하다 / 김용두 관리자 06-12 592
886 희미해진 심장으로 / 서윤후 관리자 06-12 570
885 살구 봅시다 / 이시향 (1) 관리자 06-09 699
884 꽃의 체온 / 전비담 관리자 06-09 716
883 산죽 아래 / 박 일 관리자 06-07 747
882 사랑 1 / 윤석호 관리자 06-07 814
881 껍데기의 사랑 / 정유화 관리자 06-05 838
880 뚝 / 최영규 관리자 06-05 760
879 부서진 오이 / 김향미 관리자 06-02 873
878 제비꽃 꽃잎 속 / 김명리 관리자 06-02 896
877 이후 / 정윤천 관리자 06-01 886
876 또 다른 사막 / 서대선 관리자 06-01 848
875 덕혜 스님 / 이수행 관리자 05-31 876
874 조각보 / 신준수 관리자 05-31 836
873 팔각의 방 / 장선희 관리자 05-30 885
872 봄 알레르기 / 서연우 관리자 05-30 848
871 강을 건너간다 / 이화영 관리자 05-29 980
870 빗방울 펜던트 / 이 안 관리자 05-29 911
869 큐브 / 안 민 관리자 05-26 997
868 어머니가 가볍다 / 이승하 (2) 관리자 05-26 1064
867 귀가 / 하 린 관리자 05-25 1112
866 나무가 견디는 법 / 김 락 관리자 05-25 1111
865 손바닥으로 읽는 태초의 아침 / 이 령 관리자 05-24 1138
864 호박잎 그늘을 사랑하네 / 심우기 관리자 05-24 1047
863 5의 기술 / 최서진 관리자 05-23 1068
862 예니세이 강가에 서 있었네 / 박소원 관리자 05-23 996
861 가장 멀리서 오는 지금 / 임 봄 관리자 05-22 1183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