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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10 08:5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070  

크레바스

 

문혜진

 

 

그윽한 안개가 끝었이 뒤덮는 밤

 

아이가 운다

 

우유, 내 우유

 

자동차 시동을 건다

 

눈보라를 뚫고

 

제설차도 오지 않는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려

 

우유, 내 우유

 

나아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지독한 환()의 낭떠러지

 

안개의 혀가 설산을 게워낸다

 

안개 속에서 나는 가까스로 희미해져 간다

 

안개가 나를 지울 리 없다

 

눈보라가 나를 삼킬 리 없다

 

뜨지 않은 별들의 파열음

 

눈사태, 낙석, 빙괴

 

내 안의 실족사한 어둠

 

하얀 비명

 

크레바스

 

크레바스

 

암벽과 빙하의 얼음벽 사이

 

텅 빈 마음의 동공,

 

눈보라가 나를 삼킬 리 없다

 

난도질할 리 없다

 

무너질 리 없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검은 돌을 떨구며

 

문득,

 

안개 속에서 나는

 

 

-《시인동네20174월호에서

 


moonhyejin-150.jpg

 

1976년 경북 김천 출생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와 한양대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8문학사상 등단

시집 질 나쁜 연애』 『검은 표범 여인』 『혜성의 냄새

26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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