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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10 08:5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371  

물의자에 앉아

 

신영배

 

 

나는 강을 건너고 있었다

시집을 펼쳐 들고 있었다

시집이 무릎 위로 떨어지더니

치마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치마 속에 손을 넣어

시집을 꺼내려고 했다

버스가 기우뚱했다

치마가 물처럼 출렁였다

강 위에 놓인 다리는 끝이 없고

나는 내려야 할 곳에서 잠이 들었다

정류장엔 언니가 나와 있었다

언니, 죽지 않았어?

우리는 웃었다

가게에서 파란 자두를 샀다

신 자두를 씹고 얼굴을 찡그린 기억은

언니 치마 속으로 들어간 기억

멀리서 집이 파랗게 보였다

불에 타지 않았어?

언니가 애인과 자던 집

우리는 집으로 들어가 마루에 걸터앉았다

강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어?

강물이 밀려와 발 끝에 닿았다

어디가?

언니는 일어섰다

치마가 출렁였다

내 어깨에서 떠나는 거야?

언니는 웃으며 돌아섰다

아직 강 위였다

나는 한쪽 어깨가 물처럼 출렁였다

내려야 할 곳에서 잠이 들었다

 

-《시인동네20174월호에서

 


sinyoungpae-150.jpg

1972년 충남 태안 출생

2001포에지로 등단

시집 기억이동장치』 『오후 여섯 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 『물 속의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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