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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13 08:2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420  

소폭의 제왕

- 인왕선사에게

 

박미산

 

 

회색분자이다

좌도 우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토요일마다 광화문에 간다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는

노래는 씹을 맛이 있는데

시는 씹는 맛을 모르겠다고 한다

 

새끼가 셋이나 있다, 그는

새벽부터 인왕산을 바라보며

밥과 청소, 설거지를 한다

생사를 넘나들었던 교통사고,

사촌 동생의 자살, 작은아버지의 자살,

비상을 꿈꾸다 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자살을 살자로 바꾸는 일을 한다

 

소폭을 좋아한다, 그는

맥주와 소주가 섞이는 것처럼

제왕나비의 이어달리기처럼

세상을 한마음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다리에 있는 철심을 빼냈다, 그는

지금 철이 없는 사내다

그래서 오늘도 폭소를 터뜨리며 소폭을 마신다

사력을 다해 허물 벗은 제왕나비처럼

낯선 하늘을 펼쳐 들고

죽은 자들의 밤*을 아우르면서

 

* 죽은 자들의 밤 : 제왕나비가 캐나다에서 멕시코 미초아칸에 도착한 그 날 열리는 축제 이름

 

 

-《열린시학2017년 봄호

 

 


parkmisan-160.jpg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

2006유심당선

2008<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루낭의 지도』 『태양의 혀

남양주 조지훈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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