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04-21 09:27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566  

편난운

 

최형심

 

 

  빨래는 은유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이가 이불보 뒤에서 웃었습니다. 어떤 때는 엄마가 부르고 어떤 때는 엄마가 부르지 않았습니다. 헝겊조각 두 팔이 허공에 물리고 눈먼 비단나방이 고요를 감아올렸습니다.

 

  전설에 물든 봉숭아 꽃잎이 이불깃을 헤치면 이내 붉어진 노을이 이부자리 아래 누웠습니다. 함부로 지는 일이 일과인 꽃들이 소나기에 젖은 괘종시계 속 물 젖은 숫자들을 헤아립니다. 낮달이 내려오는 정원엔 안으로 자라는 나무의 요일이 있습니다.

 

  북벽에서 뼈들이 달그락 달그락 요의를 느낄 때, 아이는 아홉 번의 여름을 건너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식은 속날개를 위해 바람이 사소한 고도로 공중의 바깥을 들었을까요. 늦은 오후, 제 그림자를 느리게 먹으며 거미가 가고 있습니다.

 

  빨래는 죽지도 살아있지도 않아서 좋았습니다.

 

  바람이 수고로운 풍경을 걷어가고 있습니다. 골목마다 분화구들이 생기고 하얀 소매를 당기며 여름이 가고 있습니다. 슬픔이 많은 양서류들이 뭍을 떠나고 있습니다.

  

-『창작촌2015년 겨울호 발표작

 

 

최형심 증명사진 2.jpg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박사과정 수료

2008현대시등단

2009아동문예문학상 수상

2012한국소설신인상 수상

2014시인광장시작품상 수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27450
1022 붉은빛의 거처 / 이병일 관리자 09:05 77
1021 어깨로부터 봄까지 / 김중일 관리자 08:58 71
1020 이마 / 허은실 관리자 10-16 205
1019 달랑, 달랑달랑 / 최찬용 관리자 10-16 167
1018 죽음의 춤 / 윤정구 관리자 10-11 374
1017 담쟁이 / 배영옥 관리자 10-11 349
1016 서른을 훌쩍 넘어 아이스크림 / 서효인 관리자 10-10 247
1015 이상한 나라의 게이트 / 문순영 관리자 10-10 196
1014 토종닭 연구소 / 장경린 관리자 09-28 786
1013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관리자 09-28 740
1012 낯선 선물 / 이선욱 관리자 09-25 928
1011 물속의 계단 / 이기홍 관리자 09-25 751
1010 그 많던 귀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 곽효환 관리자 09-22 835
1009 금요일 / 유희경 관리자 09-22 871
1008 돼지가 웃었다 / 구재기 관리자 09-21 807
1007 소소한 운세 / 이선이 관리자 09-21 813
1006 너무 멀어 / 김완수 관리자 09-20 892
1005 진실게임 / 박상수 관리자 09-20 722
1004 진열장의 내력 / 임경섭 관리자 09-15 1004
1003 통조림은 유통기한이 문제다 / 이영수 관리자 09-15 897
1002 미움의 힘 / 정낙추 관리자 09-14 1043
1001 황혼 / 정남식 관리자 09-14 1078
1000 숟가락 / 김 륭 관리자 09-13 1057
999 달은 열기구로 떠서 / 김효은 관리자 09-13 901
998 하얀 나무 / 김신영 관리자 09-12 1035
997 외상값 갚는 날 / 김회권 관리자 09-12 1021
996 당신의 11월 / 김병호 관리자 09-08 1286
995 지금 우리가 바꾼다 / 유수연 관리자 09-08 1160
994 이별 / 이채영 관리자 09-07 1265
993 새처럼 앉다 / 임정옥 관리자 09-07 1221
992 천원역 / 이애경 관리자 09-06 1132
991 나를 기다리며 / 이윤설 관리자 09-06 1196
990 길 위에서 / 김해화 관리자 09-05 1325
989 스물 네 살의 바다 / 김정란 관리자 09-05 1119
988 온양온천역 왼편 호박다방 / 남궁선 (1) 관리자 09-04 1152
987 에스컬레이터의 기법 / 김희업 관리자 09-04 1108
986 생가 / 김정환 (1) 관리자 08-31 1451
985 둘의 언어 / 김준현 (2) 관리자 08-31 1426
984 숲에서 보낸 편지 6 / 김기홍 (1) 관리자 08-30 1473
983 무반주 / 김 윤 (2) 관리자 08-30 1302
982 滴 / 김신용 관리자 08-29 1270
981 간절하게 / 김수열 관리자 08-29 1346
980 제조업입니다 / 송기영 (1) 관리자 08-28 1290
979 때가 되었다 / 박판식 관리자 08-28 1324
978 결빙의 아버지 / 이수익 관리자 08-25 1591
977 풋사과의 비밀 / 이만섭 관리자 08-25 1525
976 펄펄 / 노혜경 관리자 08-24 1500
975 필요한 사람 / 노준옥 관리자 08-24 1564
974 바람은 알까? / 안행덕 관리자 08-22 1882
973 배롱나무 / 조두섭 관리자 08-22 163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