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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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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21 09:27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990  

편난운

 

최형심

 

 

  빨래는 은유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이가 이불보 뒤에서 웃었습니다. 어떤 때는 엄마가 부르고 어떤 때는 엄마가 부르지 않았습니다. 헝겊조각 두 팔이 허공에 물리고 눈먼 비단나방이 고요를 감아올렸습니다.

 

  전설에 물든 봉숭아 꽃잎이 이불깃을 헤치면 이내 붉어진 노을이 이부자리 아래 누웠습니다. 함부로 지는 일이 일과인 꽃들이 소나기에 젖은 괘종시계 속 물 젖은 숫자들을 헤아립니다. 낮달이 내려오는 정원엔 안으로 자라는 나무의 요일이 있습니다.

 

  북벽에서 뼈들이 달그락 달그락 요의를 느낄 때, 아이는 아홉 번의 여름을 건너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식은 속날개를 위해 바람이 사소한 고도로 공중의 바깥을 들었을까요. 늦은 오후, 제 그림자를 느리게 먹으며 거미가 가고 있습니다.

 

  빨래는 죽지도 살아있지도 않아서 좋았습니다.

 

  바람이 수고로운 풍경을 걷어가고 있습니다. 골목마다 분화구들이 생기고 하얀 소매를 당기며 여름이 가고 있습니다. 슬픔이 많은 양서류들이 뭍을 떠나고 있습니다.

  

-『창작촌2015년 겨울호 발표작

 

 

최형심 증명사진 2.jpg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박사과정 수료

2008현대시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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