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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24 13:5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761  

파천금*

 

김길녀

 

파천금破天琴을 만난 화요일 아침

비 맞은 통나무들 층층이 쌓여 서로의

전생 이력을 소곤거리고 있다

35번 국도 목재소 앞 신목으로 서 있는

아흔 살쯤 되어 보이는 이팝나무 한 그루

그 가지 끝자락, 오동나무에 파랗게

음각된 가얏고 세 글자 빗물에 씻어내고 있다

묵은 빗줄기 따라 먼 바다

거슬러 온 흑빛 물고기 한 마리

대나무 숲 우거진

늙은 돌담 아래 젖은 몸

말리며 현을 뜯는다

지느러미에 묻혀온 이국의 바다

해변묘지 키 작은 비석의 길고 긴 안부를

두루마리처럼 펼쳐낸다

긴 여행에 지친 물고기 울음소리

빗방울에 섞여와 하늘문 찢기는 울음을 낳는다

적요 속에 젖어있던 대나무 숲의 뒤란

쭈빗 솟아오른 죽순 위에 걸쳐진 지난 봄

우산뱀의 허물이 먼 바다 물고기 비늘과

뒤엉켜 찬란한 봄을 뜯어내고 있다

 

*범청 이석희 선생이 150년 된 흑목으로 만든 물고기 형상의 가야금.

  

- 시집 푸른 징조2016.애지

 

 

kimkilnyou-150.jpg

 

강원도 삼척 출생

1990시와 비평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키 작은 나무의 변명』 『바다에게 의탁하다』 『푸른 징조

13회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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