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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25 09:1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463  

고추를 좋아하는 여자

 

이병옥

 

 

고추를 좋아하는 여자가 청양 고추를

고추장 꾹꾹 찍어 잘도 먹는다

고추를 고대하던 삼대독자 집안에

고추를 안겨 드리지 못해 당한 설움을 두고두고 씹는다

건 고추보다 물고추를 손수 말려야 직성이 풀리는

맏물 고추를 좋아하는 바로 그 여자다

이웃집 대문에는 애만 낳았다 하면 고추가 매달리는데

대문에 평생 고추 한 번 못 달아본 사연을 죽 펼치다 말고

맵다고 연실 혀를 차면서도 고추는 역시 매워야 맛이 난다고 씩씩 우긴다

고추를 못 낳아 받은 설움을 고추 먹듯이 삼키었다고 했다

지금 여자들 같으면 못 살았지

고추 먹고 맴맴 노래하던

딸딸 딸의 거푸집이 된 그 여자

고추잠자리가 비행하는 날이면

빨간 고추 널어 말리는 고추 좋아하는 가을 여자

유난히 고추에 한이 맺힌 여자

한풀이하듯 고추장 쿡 찍은 고추를 아작아작 씹고 있다

 

- 시집 별꿈을 꾸는 꽃, 2017. 책나무

 

 

2004문학세계수필부문, 2015년 계간 스토리문학시 부문 등단

수필집 달과 별처럼 은은한 빛이기를

시집 별꿈을 꾸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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