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05-04 10:17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65  

년모텔

 

채상우

 

 

  열두 해 전에 헤어졌던 여자가 병이 들어 찾아왔다 오늘은 낮이 가장 긴 날이고 내일은 동쪽으로 흐르는 강을 찾아 머리를 감는 날이다 나는 아직 모른다 낙숫물 소리는 여전히 가난하다 워킹팜은 일 년에 십 센티미터씩 움직인다 그리고는 일 년 전의 뿌리를 미련 없이 잘라낸다 나는 아직 모른다 동태내장탕을 먹다 보면 삼양동 골목길이 떠오른다 내가 쓴 문장들은 서로를 조금씩 속이려 한다 한번 시작된 생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 인정한다 너는 나보다 조금 덜 미쳤던 거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성교를 끝낸 뒤 슬픔을 느낀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 방금 전까진 개였는데 비로소 개가 된 느낌의 느낌이랄까 개로 오십 생을 살고 나면 인간이 된다 나는 아직 모른다 평생을 조롱받으며 사는 덴 딱 하루면 충분했다 오늘을 과연 무슨 요일이라고 말해야 하나 마야인들이 남긴 일력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죽었다 자신을 모욕하는 일은 참 쉬운 일이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나는 아직 이해할 수가 없다 다행이다 나만 나를 증오한 게 아니었다 나는 아직 모른다 모나크나비는 독풀 위에 알을 낳는다 내게 남은 건 머리카락 몇 올이 전부다 손가락이 자꾸 파래진다 벽지 속의 물고기가 화석이 되어 간다 나는 아직 알아서는 안 된다 오늘도 사랑할 사람이 생기려 한다 아직 세지 못한 은전들이 낭려하다 나는 선택했다 내 세월 속에 남기로 나는 모른다 작약을 심었던 마당은 불안으로 가득하다 모든 길의 끝에는 무덤이 있다 쓰고 버린 이름들을 태운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또 백 년이 시작되는 중이다 나는 결코 모른다 내가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름다웠을 여자 다 기억나려 한다 진짜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chaeeun-180.jpg

2003년 계간 시작등단

시집으로 멜랑 콜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22779
910 백지 위의 유목민 / 김석환 관리자 08:49 34
909 조개가 꽃핀다 / 김승해 관리자 08:46 32
908 슬픔을 가늠하다 / 서화성 관리자 06-28 125
907 발자국 레퀴엠 / 서상권 관리자 06-28 95
906 정미소처럼 늙어라 / 유강희 관리자 06-27 168
905 압정의 형식 / 양아정 관리자 06-27 144
904 바람의 리허설 / 양윤식 관리자 06-23 397
903 우리들이 지나가는 흔적 / 박현솔 관리자 06-22 467
902 도고 도고역 / 류외향 관리자 06-22 310
901 선운사에서 / 최영미 관리자 06-21 404
900 뒤 / 표성배 관리자 06-21 351
899 사물들이 존재하는 방식 / 고현정 관리자 06-20 418
898 나무의 밀교 / 권영준 관리자 06-20 370
897 파전과 우산과 k의 기록 / 하여진 관리자 06-19 387
896 마음에서 나와 다시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 한성례 관리자 06-19 389
895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 / 장승리 관리자 06-16 555
894 여름날의 팡파르 / 박해옥 관리자 06-16 506
893 옆구리 / 이해존 관리자 06-15 576
892 달 오르는 소리 / 이영균 관리자 06-15 560
891 비어 하늘 가득하다 / 권도중 관리자 06-14 562
890 조롱박 / 진혜진 (1) 관리자 06-14 533
889 정선 여자 / 함명춘 관리자 06-13 553
888 문득, 나비 / 최연수 (2) 관리자 06-13 645
887 장미꽃을 해부하다 / 김용두 관리자 06-12 590
886 희미해진 심장으로 / 서윤후 관리자 06-12 567
885 살구 봅시다 / 이시향 (1) 관리자 06-09 697
884 꽃의 체온 / 전비담 관리자 06-09 713
883 산죽 아래 / 박 일 관리자 06-07 744
882 사랑 1 / 윤석호 관리자 06-07 812
881 껍데기의 사랑 / 정유화 관리자 06-05 836
880 뚝 / 최영규 관리자 06-05 758
879 부서진 오이 / 김향미 관리자 06-02 871
878 제비꽃 꽃잎 속 / 김명리 관리자 06-02 894
877 이후 / 정윤천 관리자 06-01 883
876 또 다른 사막 / 서대선 관리자 06-01 846
875 덕혜 스님 / 이수행 관리자 05-31 874
874 조각보 / 신준수 관리자 05-31 834
873 팔각의 방 / 장선희 관리자 05-30 883
872 봄 알레르기 / 서연우 관리자 05-30 846
871 강을 건너간다 / 이화영 관리자 05-29 977
870 빗방울 펜던트 / 이 안 관리자 05-29 909
869 큐브 / 안 민 관리자 05-26 995
868 어머니가 가볍다 / 이승하 (2) 관리자 05-26 1062
867 귀가 / 하 린 관리자 05-25 1110
866 나무가 견디는 법 / 김 락 관리자 05-25 1109
865 손바닥으로 읽는 태초의 아침 / 이 령 관리자 05-24 1136
864 호박잎 그늘을 사랑하네 / 심우기 관리자 05-24 1045
863 5의 기술 / 최서진 관리자 05-23 1065
862 예니세이 강가에 서 있었네 / 박소원 관리자 05-23 994
861 가장 멀리서 오는 지금 / 임 봄 관리자 05-22 118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