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05-04 10:17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581  

년모텔

 

채상우

 

 

  열두 해 전에 헤어졌던 여자가 병이 들어 찾아왔다 오늘은 낮이 가장 긴 날이고 내일은 동쪽으로 흐르는 강을 찾아 머리를 감는 날이다 나는 아직 모른다 낙숫물 소리는 여전히 가난하다 워킹팜은 일 년에 십 센티미터씩 움직인다 그리고는 일 년 전의 뿌리를 미련 없이 잘라낸다 나는 아직 모른다 동태내장탕을 먹다 보면 삼양동 골목길이 떠오른다 내가 쓴 문장들은 서로를 조금씩 속이려 한다 한번 시작된 생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 인정한다 너는 나보다 조금 덜 미쳤던 거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성교를 끝낸 뒤 슬픔을 느낀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 방금 전까진 개였는데 비로소 개가 된 느낌의 느낌이랄까 개로 오십 생을 살고 나면 인간이 된다 나는 아직 모른다 평생을 조롱받으며 사는 덴 딱 하루면 충분했다 오늘을 과연 무슨 요일이라고 말해야 하나 마야인들이 남긴 일력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죽었다 자신을 모욕하는 일은 참 쉬운 일이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나는 아직 이해할 수가 없다 다행이다 나만 나를 증오한 게 아니었다 나는 아직 모른다 모나크나비는 독풀 위에 알을 낳는다 내게 남은 건 머리카락 몇 올이 전부다 손가락이 자꾸 파래진다 벽지 속의 물고기가 화석이 되어 간다 나는 아직 알아서는 안 된다 오늘도 사랑할 사람이 생기려 한다 아직 세지 못한 은전들이 낭려하다 나는 선택했다 내 세월 속에 남기로 나는 모른다 작약을 심었던 마당은 불안으로 가득하다 모든 길의 끝에는 무덤이 있다 쓰고 버린 이름들을 태운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또 백 년이 시작되는 중이다 나는 결코 모른다 내가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름다웠을 여자 다 기억나려 한다 진짜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chaeeun-180.jpg

2003년 계간 시작등단

시집으로 멜랑 콜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27448
1022 붉은빛의 거처 / 이병일 관리자 09:05 69
1021 어깨로부터 봄까지 / 김중일 관리자 08:58 65
1020 이마 / 허은실 관리자 10-16 202
1019 달랑, 달랑달랑 / 최찬용 관리자 10-16 165
1018 죽음의 춤 / 윤정구 관리자 10-11 372
1017 담쟁이 / 배영옥 관리자 10-11 347
1016 서른을 훌쩍 넘어 아이스크림 / 서효인 관리자 10-10 246
1015 이상한 나라의 게이트 / 문순영 관리자 10-10 194
1014 토종닭 연구소 / 장경린 관리자 09-28 786
1013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관리자 09-28 740
1012 낯선 선물 / 이선욱 관리자 09-25 924
1011 물속의 계단 / 이기홍 관리자 09-25 751
1010 그 많던 귀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 곽효환 관리자 09-22 835
1009 금요일 / 유희경 관리자 09-22 871
1008 돼지가 웃었다 / 구재기 관리자 09-21 807
1007 소소한 운세 / 이선이 관리자 09-21 813
1006 너무 멀어 / 김완수 관리자 09-20 892
1005 진실게임 / 박상수 관리자 09-20 722
1004 진열장의 내력 / 임경섭 관리자 09-15 1004
1003 통조림은 유통기한이 문제다 / 이영수 관리자 09-15 897
1002 미움의 힘 / 정낙추 관리자 09-14 1043
1001 황혼 / 정남식 관리자 09-14 1077
1000 숟가락 / 김 륭 관리자 09-13 1057
999 달은 열기구로 떠서 / 김효은 관리자 09-13 901
998 하얀 나무 / 김신영 관리자 09-12 1035
997 외상값 갚는 날 / 김회권 관리자 09-12 1021
996 당신의 11월 / 김병호 관리자 09-08 1286
995 지금 우리가 바꾼다 / 유수연 관리자 09-08 1160
994 이별 / 이채영 관리자 09-07 1265
993 새처럼 앉다 / 임정옥 관리자 09-07 1221
992 천원역 / 이애경 관리자 09-06 1132
991 나를 기다리며 / 이윤설 관리자 09-06 1195
990 길 위에서 / 김해화 관리자 09-05 1325
989 스물 네 살의 바다 / 김정란 관리자 09-05 1119
988 온양온천역 왼편 호박다방 / 남궁선 (1) 관리자 09-04 1152
987 에스컬레이터의 기법 / 김희업 관리자 09-04 1108
986 생가 / 김정환 (1) 관리자 08-31 1451
985 둘의 언어 / 김준현 (2) 관리자 08-31 1426
984 숲에서 보낸 편지 6 / 김기홍 (1) 관리자 08-30 1473
983 무반주 / 김 윤 (2) 관리자 08-30 1302
982 滴 / 김신용 관리자 08-29 1270
981 간절하게 / 김수열 관리자 08-29 1346
980 제조업입니다 / 송기영 (1) 관리자 08-28 1290
979 때가 되었다 / 박판식 관리자 08-28 1323
978 결빙의 아버지 / 이수익 관리자 08-25 1591
977 풋사과의 비밀 / 이만섭 관리자 08-25 1525
976 펄펄 / 노혜경 관리자 08-24 1500
975 필요한 사람 / 노준옥 관리자 08-24 1564
974 바람은 알까? / 안행덕 관리자 08-22 1881
973 배롱나무 / 조두섭 관리자 08-22 163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