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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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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08 10:0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19  

뜰채 

 

구광렬 

  

우럭회 자 하나를 시킨다

고둥을 이쑤시개로 빼먹는데,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송선생에게 자릴 바꾸자한다

-왜 꼴 보기 싫은 놈 있어요?

-아니, 거울에 비치는 내가 꼴 보기 싫어서

 

수족관을 마주 보게 된다

멍게와 해삼쪼가리를 집어먹는데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 기분 안 좋은 일 있어요?

-아니, 난 기분 좋은 데

기분 좋지 않아 하는 놈이 있어서

 

광어는 바닥에 붙어 있어 눈이 마주치질 않는데

큰 눈알을 한 우럭과는 자꾸만 마주친다

둘의 시선, 가젤영양과 표범 간의 시선 같진 않다

반대일 것 같다

-한 잔 하시죠

-아니, 내가 따라줄게

 

소화가 안 된다

한 알, 한 알, 땅콩을 넘길 때마다 우럭의 눈치를 보게 된다

송선생은 배가 고픈지 얼굴도 들지 않고

성게 알, 소라, 오분자기, 해삼을 게걸스레 먹는다

-여기 오길 잘했죠? 쓰끼다시가 좋잖아요

-아니, 잘 못 왔어

아니, 잘 왔는데, 잘 못 앉은 것 같아

 

주인이 뜰채를 들고 올 때마다 한 마리씩 사라진다

하지만 우럭은 남아있다

표범의 저녁밥이 되리란 걸 알면서도

물가에서 목을 축이는 영양처럼

소주를 잔에다 부어 송선생에게 권하지도 않고 마셔버린다

-아유, 술이 부쩍 느셨네

 

인도양, 대서양, 태평양.

세상 모든 바다는 이어져있다

하지만 그의 바다는 끊겨져있다

그게 내 탓이라는 듯, 있는 힘을 다해 눈동자를 부라린다

-송선생, 다른 걸 먹으면 안 될까? 러시아산 왕게도 있는 것 같은데

-, 대게가 드시고 싶어요? 이미 준비하고 있을 텐데……

-아직 있잖아

-뭐가요?

-우럭

……

-뜰채가 지나갔나 봐요

 

 

구광렬시인.png

1956년 대구 출생

멕시코 국립대학교(UNAM)에서 중남미문학을 공부

1986년 멕시코 문예지 마침표 El Punto에 작품을 발표하며 중남미문단에 등단

한국문단에서는 오월문학상 시 부문 대상 수상 및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작활동을 시작

한국어 시집으로 슬프다 할 뻔했다』 『불맛

하늘보다 높은 땅(La tierra más alta que el cielo) 팽팽한 줄 위를 걷기(Caminar sobre la cuerda tirante) 등 다수의 스페인어 시집

UNAM 동인상, 멕시코 문협 특별상, 브라질 ALPAS XXI 라틴시인상 International 부문 수상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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