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05-08 10:0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58  

뜰채 

 

구광렬 

  

우럭회 자 하나를 시킨다

고둥을 이쑤시개로 빼먹는데,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송선생에게 자릴 바꾸자한다

-왜 꼴 보기 싫은 놈 있어요?

-아니, 거울에 비치는 내가 꼴 보기 싫어서

 

수족관을 마주 보게 된다

멍게와 해삼쪼가리를 집어먹는데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 기분 안 좋은 일 있어요?

-아니, 난 기분 좋은 데

기분 좋지 않아 하는 놈이 있어서

 

광어는 바닥에 붙어 있어 눈이 마주치질 않는데

큰 눈알을 한 우럭과는 자꾸만 마주친다

둘의 시선, 가젤영양과 표범 간의 시선 같진 않다

반대일 것 같다

-한 잔 하시죠

-아니, 내가 따라줄게

 

소화가 안 된다

한 알, 한 알, 땅콩을 넘길 때마다 우럭의 눈치를 보게 된다

송선생은 배가 고픈지 얼굴도 들지 않고

성게 알, 소라, 오분자기, 해삼을 게걸스레 먹는다

-여기 오길 잘했죠? 쓰끼다시가 좋잖아요

-아니, 잘 못 왔어

아니, 잘 왔는데, 잘 못 앉은 것 같아

 

주인이 뜰채를 들고 올 때마다 한 마리씩 사라진다

하지만 우럭은 남아있다

표범의 저녁밥이 되리란 걸 알면서도

물가에서 목을 축이는 영양처럼

소주를 잔에다 부어 송선생에게 권하지도 않고 마셔버린다

-아유, 술이 부쩍 느셨네

 

인도양, 대서양, 태평양.

세상 모든 바다는 이어져있다

하지만 그의 바다는 끊겨져있다

그게 내 탓이라는 듯, 있는 힘을 다해 눈동자를 부라린다

-송선생, 다른 걸 먹으면 안 될까? 러시아산 왕게도 있는 것 같은데

-, 대게가 드시고 싶어요? 이미 준비하고 있을 텐데……

-아직 있잖아

-뭐가요?

-우럭

……

-뜰채가 지나갔나 봐요

 

 

구광렬시인.png

1956년 대구 출생

멕시코 국립대학교(UNAM)에서 중남미문학을 공부

1986년 멕시코 문예지 마침표 El Punto에 작품을 발표하며 중남미문단에 등단

한국문단에서는 오월문학상 시 부문 대상 수상 및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작활동을 시작

한국어 시집으로 슬프다 할 뻔했다』 『불맛

하늘보다 높은 땅(La tierra más alta que el cielo) 팽팽한 줄 위를 걷기(Caminar sobre la cuerda tirante) 등 다수의 스페인어 시집

UNAM 동인상, 멕시코 문협 특별상, 브라질 ALPAS XXI 라틴시인상 International 부문 수상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24916
974 바람은 알까? / 안행덕 관리자 08-22 286
973 배롱나무 / 조두섭 관리자 08-22 172
972 껌 / 이승리 관리자 08-21 246
971 감응 / 양현주 관리자 08-21 226
970 가문동 편지 / 정군칠 관리자 08-14 687
969 별 / 조은길 (1) 관리자 08-14 636
968 나나가 사랑한 / 권기만 (1) 관리자 08-11 667
967 바람의 사거리 / 박은석 (1) 관리자 08-11 666
966 무릎이 무르팍이 되기 위해서 / 이문숙 관리자 08-10 522
965 도깨비 멸종에 관한 보고서 / 이동재 관리자 08-10 493
964 독서의 시간 / 심보선 관리자 08-08 692
963 모래시계 / 신용목 관리자 08-08 651
962 사라진 것들은 어디쯤에서 고이나 / 오 늘 관리자 08-04 920
961 잔고 부족 / 이동우 관리자 08-04 889
960 그냥 그대로 흘렀으면 좋겠네 / 배창환 관리자 08-03 861
959 형상기억 / 백미아 관리자 08-03 738
958 계란과 스승 / 이재무 관리자 08-02 816
957 정오의 의식 / 김기형 관리자 08-02 749
956 그림자 반성 / 하종오 관리자 08-01 814
955 반듯한 슬픔 / 전 향 관리자 08-01 832
954 구름 / 손창기 관리자 07-31 856
953 그림자에 등을 기댄다 / 안효희 관리자 07-31 782
952 민들레하우스 / 엄원태 (1) 관리자 07-28 958
951 미조리 가는 길 / 오인태 관리자 07-28 845
950 여름 / 이시영 관리자 07-27 1093
949 조각달을 보면 홍두깨로 밀고 싶다 / 이인철 관리자 07-27 847
948 불혹의 구두 / 하재청 관리자 07-26 937
947 귀가 / 한길수 관리자 07-26 904
946 꽃은 꽃이어야 꽃이다 / 장종권 관리자 07-25 1012
945 석류의 분만기 / 정석봉 관리자 07-25 883
944 '있다'와 '없다' 사이로 양떼를 몰고 / 윤석산 관리자 07-24 937
943 바람, 난 / 윤지영 관리자 07-24 993
942 귀갓길 / 윤병무 관리자 07-21 1084
941 나프탈렌 / 이 산 관리자 07-21 978
940 물총새 사랑법 / 배찬희 관리자 07-20 1077
939 사막을 건너는 법 / 김지훈 관리자 07-20 1055
938 근황 / 윤임수 관리자 07-19 1137
937 나의 사랑 단종 / 유현서 관리자 07-19 1051
936 검은등뻐꾸기의 울음 / 임 보 관리자 07-18 1080
935 초여름에서 늦봄까지 / 홍해리 관리자 07-18 1083
934 현관문은 블랙홀이다 / 남상진 관리자 07-17 1094
933 사랑한다 / 조하혜 관리자 07-17 1231
932 거울 속의 잠 / 정한아 관리자 07-14 1266
931 내 사랑 물먹는 하마 / 정태화 관리자 07-14 1165
930 여우속눈썹 / 수피아 관리자 07-13 1259
929 슬 / 나병춘 관리자 07-13 1201
928 고추잠자리 / 박수서 관리자 07-12 1266
927 땅 위를 기어가는 것들에는 / 김영남 관리자 07-12 1203
926 괜찮아 / 한 강 관리자 07-11 1484
925 찰칵 / 오세영 관리자 07-11 1277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