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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10 09:0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140  

굴로 둘러싸인 방

권기덕

 

 

점을 중심으로 나는 태어난다

 

창문모서리에서 눈이 자라고 화분의 어느 잎사귀 끝자락에서 코가 자란다 사물마다 자라는 얼굴이 달라 표정은 표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소파에서 자라던 얼굴은 기울어지는 달빛에 매달린다 시계에서 자란 눈동자가 울음소리를 좇아 안으로 휘어진다

 

거울은 얼굴로 흘러내린다 얼굴과 얼굴은 또 다른 얼굴을 낳고 간혹 깨진 얼굴이 온음표처럼 운다 붉은 피는 시선과 시선 사이를 비껴가고 나는 바람을 부리듯 얼굴 뒤의 커다란 원을 관통한다

 

얼굴과 얼굴이 만나는 지점에서 간섭이 일어난다 창밖에서 코가 자라던 얼굴과 시계에서 바늘에 찔린 얼굴 사이 얼굴 없는 얼굴은 자란다 박제된 새처럼 얼굴은 공중에 흩날리고 탁자 위에서 얼굴에 관한 퍼즐놀이를 하는 나, (), (()), ……

 

동심원처럼 점점 커지는 얼굴 향해 퍼즐조각 하나를 던진다 곤충들이 파편처럼 흩어지고 너는 유리로 둘러싸인 관 속에서 화석처럼 발굴된다 백 년 전 달빛이 돌멩이와 함께 굳어가고 물구나무 선 채 유령들이 노래를 부른다

 

물건들을 옮겨본다

 

점을 중심으로 나는 다시 태어난다

​ ​​​​​​​​


 

권기덕시인.jpg

1975년 경북 예천 출생

2009서정시학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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