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05-12 09:3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09  

작고 오래된 가게

 

박승자

 

입 안 가득 사탕이 녹지 않고 있었다

격자문에 유리로 된 엽서만한 창

눈을 바짝 대며

탁자 옆, 물건을 가져간 사람이 기록하는 외상장부가

건들건들 검은 고무줄에 묶여 있었다

엄마 콩나물죽도 맛있어요

까만 밤 같은 간장으로 질퍽한 하얀 날을 쓱쓱 비벼 먹으며 거뜬히 술래잡기도 깡통차기도 할 수 있는 걸요

속눈썹처럼 휘어지는 강을 안고 잠들어 있는 엄마를 폴짝 넘어

괘종시계 소리를 따라 들어가며 잡목림은 숨바꼭질하기 좋은 곳

가지가 맨살에 스쳐 상처투성이여도 괘종시계 안은 없는 것 빼고 다 있어요

자주 술래여서 동무들은 헐거운 나무문 안쪽에 연탄광에 꽁꽁 숨어 있어요

, 강이 얼며 선반 위 사이다병 터지는 소리가 폭죽 소리처럼 들려요

민물새우가 되었다 붕어가 되었다 하는 겨울달이

보내 준 엽서만한 유리창이

눈썹 위에 올려 있어 무거운 눈을 자주 비벼요

몇 개의 이가 썩어도 사탕은

입 안에 가득해서

야야,

극장 끝났냐 하는 소리가

뒷골목 건달 같은 외상장부를 툭 건드리고

함석문 닫는 소리

점빵 노란달 스위치를 내리고

그래도 그때 먹는 콩나물 멀건 죽이 얼마나 맛있는지 지금도

입 안 가득

하얗고 둥근 십 리 사탕이 녹지 않고 있었다

 


parkseungja-140.jpg

2000광주일보신춘문예 당선

2011시안신인상 당선

시집 곡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22670
904 바람의 리허설 / 양윤식 관리자 06-23 241
903 우리들이 지나가는 흔적 / 박현솔 관리자 06-22 324
902 도고 도고역 / 류외향 관리자 06-22 219
901 선운사에서 / 최영미 관리자 06-21 293
900 뒤 / 표성배 관리자 06-21 259
899 사물들이 존재하는 방식 / 고현정 관리자 06-20 331
898 나무의 밀교 / 권영준 관리자 06-20 278
897 파전과 우산과 k의 기록 / 하여진 관리자 06-19 312
896 마음에서 나와 다시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 한성례 관리자 06-19 310
895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 / 장승리 관리자 06-16 473
894 여름날의 팡파르 / 박해옥 관리자 06-16 430
893 옆구리 / 이해존 관리자 06-15 500
892 달 오르는 소리 / 이영균 관리자 06-15 479
891 비어 하늘 가득하다 / 권도중 관리자 06-14 490
890 조롱박 / 진혜진 (1) 관리자 06-14 461
889 정선 여자 / 함명춘 관리자 06-13 478
888 문득, 나비 / 최연수 (2) 관리자 06-13 568
887 장미꽃을 해부하다 / 김용두 관리자 06-12 513
886 희미해진 심장으로 / 서윤후 관리자 06-12 497
885 살구 봅시다 / 이시향 (1) 관리자 06-09 629
884 꽃의 체온 / 전비담 관리자 06-09 639
883 산죽 아래 / 박 일 관리자 06-07 678
882 사랑 1 / 윤석호 관리자 06-07 741
881 껍데기의 사랑 / 정유화 관리자 06-05 767
880 뚝 / 최영규 관리자 06-05 690
879 부서진 오이 / 김향미 관리자 06-02 803
878 제비꽃 꽃잎 속 / 김명리 관리자 06-02 819
877 이후 / 정윤천 관리자 06-01 815
876 또 다른 사막 / 서대선 관리자 06-01 771
875 덕혜 스님 / 이수행 관리자 05-31 808
874 조각보 / 신준수 관리자 05-31 770
873 팔각의 방 / 장선희 관리자 05-30 814
872 봄 알레르기 / 서연우 관리자 05-30 784
871 강을 건너간다 / 이화영 관리자 05-29 907
870 빗방울 펜던트 / 이 안 관리자 05-29 837
869 큐브 / 안 민 관리자 05-26 928
868 어머니가 가볍다 / 이승하 (2) 관리자 05-26 994
867 귀가 / 하 린 관리자 05-25 1040
866 나무가 견디는 법 / 김 락 관리자 05-25 1041
865 손바닥으로 읽는 태초의 아침 / 이 령 관리자 05-24 1064
864 호박잎 그늘을 사랑하네 / 심우기 관리자 05-24 974
863 5의 기술 / 최서진 관리자 05-23 995
862 예니세이 강가에 서 있었네 / 박소원 관리자 05-23 931
861 가장 멀리서 오는 지금 / 임 봄 관리자 05-22 1109
860 동행 / 이진욱 관리자 05-19 1311
859 얼룩의 자세 / 정다인 관리자 05-19 1079
858 중심 / 이기와 관리자 05-18 1149
857 지하 이발관 / 김광기 관리자 05-18 1060
856 상수리묵 / 문동만 관리자 05-17 1074
855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 박노해 (1) 관리자 05-17 1257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