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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18 09:49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115  

지하 이발관

 

김광기

 

 

이십 리 길이 넘는 면내에 있던 이발관,

꼭 같은 이발관이 시장 골목길 지하에 있다.

퀴퀴한 냄새, 내 유년의 구석에서 피는 곰팡내와

알싸한 비누냄새에 현기증이 난다.

뿌연 거울이 비추고 있는 허름한 의자와

절단된 공간을 툭 툭 치며 돌고 있는 시계바늘,

늙은 이발사는 째깍 째깍 모데라토 가위질을 하고 있다.

평생을 가위질하며 지낸 장인의 몸짓이다.

겁 없이 물 밖을 꿈꾸는 지느러미 같은 머리뭉치가

그의 손아귀에서 움씰거리다가 잘리고 있다.

기다리는 손님이 있든 없든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한 올 한 올 신중하게 째깍 째깍,

물비늘처럼 일어선 머리카락을 자른다.

마무리 끝에 옷을 털던 그가 비눗물 거품을 내고 있다.

어깨에 올려놓은 신문지 조각이 떨리고 있다.

그의 칼질은 망설임이 없다. 사각사각 소리 들린다.

오돌토돌 돋아 있던 기억들까지 빈틈없이 잘린다.

잘린 꿈과 자유, 시퍼런 기억들이 물에 씻긴다.

지하에선 젖은 것들이 잘 마르지 않는다.

사각비누로 감은 머릿결, 빳빳하게 일어선다.

 

-《현대시학200411월호

 


[김광기사진최근.jpg

 

1959년 충남 부여 출생

동국대 대학원 문창과 석사, 아주대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5년 시집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를 내고 월간문학다층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호두껍질』『데칼코마니』 『시계 이빨

저서 존재와 시간의 메타포』 『글쓰기 전략과 논술

1998년 수원예술대상 및 2011년 한국시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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