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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07 09:17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420  

, 키친크로스

 

한미영

 

단지 입 하나 줄었을 뿐인데 밥통이 쓸데없이 커 보인다

준 입이 밥통 속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밥 풀 때마다

나는 화딱지 나게 더운 그 속을 들여다보며 이 밥통 같은 인생아

습벽처럼 사설을 꾹꾹 눌러 퍼 담는다

옛말이 삼년은 그냥 덮어두라는데

입막음용으로 나는 밥통위에다 키친크로스를 덮는다

밥통을 덮은 하얀 패브릭은 가장자리가

까맣게 박음질 되어있다 죽은 아비와 아비의 아비들이

다닥다닥 밥풀을 매달고 자수처럼 이어져 있다

끝까지 박으실 필요는 없으셨구요

왜 그런지 물을 새도 없이

밥통을 중심으로 봄이 두 번을 돈다

자식을 성공시키려면 아비가 일찍 죽어야한다더니

그 말 따라 꽃들은 잘도 피어난다

마침내 그날이 오면

망자는 밥통 속에서 고봉高捧 꽃으로 핀다

죽은 그의 얼굴은 고리가 되어 키친크로스의 박음 선을 완성한다

다시는 밥통 덮을 일 없어야지

내가 왜 니맘 모르겠니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지만

뒤에서 쏙닥이는 소리는 남은 고리 끈처럼 나를 단단히 고정한다

삼년상은 이 세상에서 그가 하는 마지막 식사

한저녁 호기심 찬 별들로

멀리 밤하늘이 반짝반짝하다

나에게서 멀수록 그에게는 가까운 저 별들

문간에 과일고기 몇 쪼가리 이제 정말 멀리 가겠구나

이별의 의미도 모르고

그는 한마디 툭 던지고 문을 나서겠지

고사 그만 지내고 밥이나 먹어

밥통을 끼고 앉아 있어도

나의 밥통은 다시 허기진다

밥통 같은 삶이다

쓸데없이 커져버린

 

- 웹진 시인광장2015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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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출생

안동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및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과정 수료

2003시인세계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물방울무늬 원피스에 관한 기억

 

 


영혼1 17-07-08 07:08
 
무언가 아련하고 잔잔한 아픔이 묻어나는듯 한..... 잘 읽고 느끼고 갑니다  무언가 아련하고 잔잔한 아픔이 묻어나는듯 한..... 잘 읽고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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