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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04 16:34
 글쓴이 : 童心初박찬일
조회 : 240  

유리에게 [김기택] 


네가 약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작은 충격에도 쉬이 깨질 것 같아 불안하다
쨍그랑 큰 울음 한번 울고 나면
박살난 네 몸 하나하나는
끝이 날카로운 무기로 변한다
큰 충격에도 끄떡하지 않을 네가 바위라면
유리가 되기 전까지 수만 년
깊은 땅속에서 잠자던 거대한 바위라면
내 마음 얼마나 든든하겠느냐
깨진다 한들 변함없이 바위요
바스러지다 해도 여전히 모래인 것을
그 모래 오랜 세월 썩고 또 썩으면
지층 한 무늬를 그리며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시 바위가 되는것을
누가 침을 뱉건 말건 심심하다고 차건 말건
아무렇게나 뒹굴어다닐 돌이라도 되었다면
내 마음 얼마나 편하겠느냐
너는 투명하지만 반들반들 빛이 나지만
그건 날카로운 끝을 가리는 보호색일 뿐
언제고 깨질 것 같은 너를 보면
약하다는 것이 강하다는 것보다 더 두렵다 



김기택의 시는 현실적이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늘 약한 자, 소외된 자, 저 멀리 혼자 있는 자에게 쏠려 있다. 그의 시는 비판적인 것 같지만 늘 따뜻하다.

그의 '유리에게'라는 시를 읽어 본다.

우리는 몸으로 살아간다. 우리의 몸은 강한 것 같지만 약하디 약한 것이다. 태아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태아는 세상에 태어나서 몇 번 깨지면서 성인이 되면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유리차창이 아니라 어느새 온몸이 그 자체로 무기가 되어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날카로운 무기를 하나 가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무기는 생존은 위한 것이다. 의식의 틈새에서 살기 위하여 살아가기 위하여 살아가야만 하므로 의식의 틈새에서 삐죽 튀어나오는 무의식의 비명이다.

 

사람들은 모두 유리 같이 투명하고,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날카로운 무기를 가지고 있다.

서로를 투명하게 바라보면 좋으련만
투명하게 바라보기 전에 상대방의 무기를 먼저 본다.

서로를 투명하게 바라보면 좋으련만
투명하게 바라보기 전에 상대방에게 무기를 먼저 내민다.

유리창이 깨지면 풍경도 깨진다.
유리창이 투명하면 풍경도 참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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