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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7-12-07 09:54
 글쓴이 : 강북수유리
조회 : 550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꽃 속에 던져 주었다.

 

 

 

시집사평역에서(창비, 1983)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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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평역이 어디일까. 강원도 산골 어디쯤에 있는 역일까. 아니면 경상도나 전라도 어느 변방에 있는 역일까. 등장인물과 역 내부의 모습으로 보면 시골 소읍에 있는 작은 역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 속에 화자는 어떤 연유로 이 작은 역에 갇혀 있게 된 것일까. 사업이 부도나 인생의 의미를 잃고 목적도 없이 떠돌다 잠시 머무르게 된 것일까. 아니면 이 시가 쓰여 진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다 경찰에 쫓겨 연고지도 없는 광산촌으로 오지의 산골로 숨어들었던 운동권 학생들이 있었다. 화자도 그 중의 한 명은 아니었을까.

 

   이 시를 바탕으로 쓴 임철우 소설에는 화자가 운동권 학생으로 나온다. 민주화 시위가 한창일 때 쓰여 진 시여서 그런 설정을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시를 일제 시대 쓰여 진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이나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처럼 확대 해석하여 시대적 함의로 읽는다면 소시민적 삶의 향기가 오롯이 담겨 있는 이 시의 의미는 퇴색이 되고 시 읽는 재미는 반감될는지도 모른다.

 

 

 

- 낭송 단이 / 권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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