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7-12-12 02:10
 글쓴이 : 湖巖
조회 : 668  

목련의 꿈 / 고재종

 

아름다움은 더렵혀지기 위해 존재하는가

막 날아오르려는 흰 비둘기의 꿈도

순백의 웨딩드레스에 만개한 꽃의 노래도

티끌 한 점 없는 아름다움일 때라야

제대로 더럽혀질 수 있다는 것인가

화사한 목련꽃은 이미 추하게 시들어가고

그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자던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건각의 아들은

느닷없이, 오늘 일어서지 못한다

아름다움을 더렵힌 후에 오는 기쁨을 맛보려는

누군가의 지팡이에 의해 일격을 당한 듯,

아름다움과 꿈이 크면 클수록

더렵혀지는 것도 그만큼 커진다는 듯,

건각의 아들은 황망히, 오늘 일어서지 못한다

배설물로 가득한 도랑 위로 장미꽃을 던지는

사드의 초상을 그렸던 바타유처럼

고통이 나의 성격을 형성한 건 사실이다

고통 없이는 난 아무것도 아니란 것도 안다

하지만 꿈의 건각이 쌩째로 무너지는 것은

어느 고통에게 달려가 항의할 것인가

그 고통이 내 생의 것으로만 끝날 줄 알았던

꿈들이 하얗게 닫혀 버리는 이 봄날에

난 연두초록 번지는 잎, 어느 한 점 알지 못한다

 

# 감상

   오늘 아침 호숫가를 거닐다 보니 호숫가에 줄지어 서있는 백목련 나무가

   마른 잎을 미처 다 떨어트리기도 전에 새싹이 푸릇, 가지끝에 맺히는 것이

   아닌가 어린 싹들 매몰찬 찬바람 속에서도 새싹 힘차게 튕기는 모습에서

   애처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 끈질긴 생명력에 활짝 핀 백목련꽃송이

   보는 만큼이나 내마음 환해 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화자의 시는 꽃의 아름다움보다 꽃 떨어진 후의 몰락을 주재로 하고

   있다

   건각의 아들이 누군가의 일격으로 목련꽃 떨어지듯 쓰러지고, 아름다운 꿈이

   크면 클수록 떨어져 더렵혀지는 허무함이 떨어져 시들어가는 목련꽃에 비유

   되고 있는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6781
1311 지평 - 강경우 푸른행성 02:13 5
1310 만들 것인가, 만들어 낼 것인가[분실/박소미 외 2] 金離律 07-17 29
1309 고사목 / 최을원 湖巖 07-17 34
1308 기염 / 정 문 푸른행성 07-16 41
1307 우포에 비가 내린다 / 송하 푸른행성 07-15 79
1306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하여 / 칼릴 … 푸른행성 07-14 82
1305 운우지정(雲雨之情) /이선이 강북수유리 07-14 63
1304 국립낱말과학수사원 /함기석 활연 07-13 69
1303 튤립 / 송찬호 湖巖 07-13 68
1302 모닥불 / 백석 푸른행성 07-12 110
1301 가죽나무 /도종환 강북수유리 07-11 91
1300 불광천 / 홍일표 湖巖 07-11 58
1299 길 위의 식사 / 이재무 푸른행성 07-11 87
1298 핏덩어리 시계 / 김혜순 활연 07-10 95
1297 시작법을 위한 기도/박현수 강북수유리 07-10 73
1296 장미 / 송찬호 湖巖 07-09 109
1295 너의 밤 기도 / 오정자 푸른행성 07-08 110
1294 흰 노트를 사러가며 / 김승희 푸른행성 07-07 119
1293 화살 노래 - 문정희 안희선. 07-06 154
1292 대이동 / 기혁 湖巖 07-06 87
1291 눈물 - 김춘수 안희선. 07-05 176
1290 순간의 거울 2 (가을 강) / 이가림 湖巖 07-04 95
1289 시선 - 마종기 안희선. 07-04 142
1288 장마 / 김주대 강북수유리 07-03 190
1287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 문향란 안희선. 07-03 150
1286 모란장 - 최경자 안희선. 07-02 132
1285 고양이의 잠/ 김예강 金離律 07-02 114
1284 연금술사 2 / 권대웅 湖巖 07-01 89
1283 견고한 고독 - 김현승 안희선. 06-30 174
1282 오동나무 안에 들다 / 길상호 湖巖 06-29 145
1281 적막 - 나태주 안희선. 06-27 276
1280 시치미꽃 - 이명윤 안희선. 06-27 172
1279 ◉시는 발견이다[갈등/김성진 외 2] 金離律 06-27 133
1278 독자놈들 길들이기 - 박남철 안희선. 06-27 120
1277 사람꽃 / 고형렬 강북수유리 06-27 150
1276 총 알 / 최금진 湖巖 06-27 95
1275 물방울 속 물방울 - 오정자 안희선. 06-26 169
1274 어떤 휴식/ 정익진 金離律 06-25 155
1273 세한도 / 이경교 湖巖 06-25 120
1272 바깥 - 문태준 안희선. 06-25 187
1271 파라다이스 폐차장 - 김왕노 안희선. 06-24 109
1270 6월 / 오세영 안희선. 06-22 203
1269 아비뇽의 처녀들 / 김상미 湖巖 06-22 129
1268 6月 / 김용택 안희선. 06-22 196
1267 내 인생 최고, 최악의 증거물 / 박남철 안희선. 06-21 175
1266 깡통/ 김유석 金離律 06-20 141
1265 내가 아버지의 첫사랑이었을 때 / 천수호 강북수유리 06-20 145
1264 소주병 / 공광규 강북수유리 06-20 166
1263 굴러가는 동전의 경우 / 안태현 湖巖 06-20 114
1262 나무들 / 조이스 킬머 안희선. 06-20 154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