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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7-12-24 17:12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302  

적막 / 나태주

                

모처럼 눈이 내린 날

그것도 1월 중순

종일

그 흔한 문자메시지 카톡 하나

날아오지 않는다

다만 바가지를 엎은놓은 양

고요하고 고요할 뿐

다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건지……

이런 날은

지구의 숨소리라도 들릴 듯

지구야, 그대도 너무

힘들어하지 않기를……




<감상 & 생각>


시인의 시편들을 대할 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이성적 추리보다는 그 어떤 직관의 결과라는 점


오늘 소개하는 이 시도 그렇다


요즘의 현학적이고 추리적인 언어를 즐겨 동원하는 시흐름에

비추어보자면, 그의 시편들은 첨단의 시류와 도시(是)

어울리지 않는다


- 뭐, 첨단이라고 해서 그 어떤 시적 진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때로 시의 본령(本嶺)에서 오히려 한참 퇴행하는

흐름일 수도 있기에


아무튼, 적막(寂寞)


시인은 시골의 한적한 생활에서 그것을 느꼈는지 모르겠으나

사실, 그 은혜로운 시.공간은 복잡한 도회생활에서도

이따금 감지된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에 휩쓸려가다가도

' 아,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마음 속의 적막을

스스로에게 소환(召喚)해 보기도 하는 것


나 개인적으로는, 시는 모름지기

지친 영혼의 휴식터이자 재충전의 시.공간이어야 한다고 우기지만


즉, 생존에 바쁜 나무 빼곡한 숲 속의 빈 터 같은

그런 시.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늘 시인의 시를 대하니

꼭, 그런 느낌이다


적막이 선물하는, 한 고요한 생각


문득, 소식 없는 사람들의 궁금한 안부와 함께

아귀 같은 인간들 극성에 시달리기만 하는 지구 걱정까지..


물론, 그 가운데 쓸쓸한 시인 자신에 대한

고요한 추스림의 안부도 묻고 있지 않은가


적막 속에 돌아보는 일..


현대를 살아가는 정신없는 삶의 각박한 리듬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 모두에게 모처럼

너른 生의 시야를 터 주는,

고마운 시 한 편이란 생각이다



                                                                              - 희선,





    

▲ 나태주 시인.


"시골에서 시 쓰는 마음은 실은 즐거운 것이 아니라 적막하고 구슬프고 안타깝기까지 한 마음이다. 빛나는 발표지면도 자주 차례가 오지 않고 문단의 조명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닌 시골구석에 묻혀서 시를 쓰면서 산다는 것은 서러운 마음이기도 하다."

지역문학인회 좌장으로 있는 나태주 시인이 13일 동강의 물소리가 들리는 영월 알프스산장에서 열린 '지역문학인회' 영월대회에서 한 말이다. 나태주 시인은 문단으로 볼 때 '시골'에서 활동한다고 할 수 있는 문인 70여명 참석한 가운데, "시골에서 시를 쓰는 즐거움"에 대해 말했다.

나태주 시인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32년째 문단 활동을 하고 있다. <대숲 아래서> <누님의 가을> <변방> <막동리 소묘> 등의 시집을 냈다. 1979년 '흙의 문학상' 본상을 수상한 그는 당시 "상금이 200만원이었다"면서, "집값이 400만원이었던 때에 그만한 상금을 받았으니 얼마나 잘 나가는 시인이었는지 짐작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아직도 '문단 말석 신세'라 말하면서, "길고 긴 길을 가늘고 가늘게 이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를 가슴에 산처럼 강물처럼 안고 살아온 날들이 그다지 헛되지도 부끄럽지도 않다는 생각이 있다."

나태주 시인은 교육계에 몸담고 있다.

그는 "고향 서천에서 공주로 옮겨 교직생활을 하면서

'시의 밭'이 황폐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나이 35살에 방송통신대학에 들어갔고, 교육대학원의 문을 드나들면서,

점점 문단 외곽으로 밀려났던 것이다.

"90년대 초반, 세상은 여전히 '이 풍진 세상'이었다.

점점 문단 외곽으로 밀렸고 잊혀져 가는 시인이 되었고,

서울의 문학잡지하고도 거리가 먼 시인이 되었다."

외워서 시 쓰기, 연필로 풀꽃 그리기 등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러하겠지만, 시란 것도 한번 하향곡선을 긋기 시작하면

그게 잘 회복되지 않는 성질이 있다. 아래로만 내려가고 싶어하는 웨이브가 좀처럼 위로 파도쳐

올라가 주지 않는다는 말이 그 말이다."

나 시인은 "특단의 노력과 각오가 필요했다"면서, "우선 외워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털어 놓았다.

"외워지는 말이나 문장만 거두어들이고 외워지지 않는 말이나 문장은 버렸다.

그때 얻은 명제는 '오는 말 막지 말고 가는 말 잡지 않는다'였다.

"어떤 이는 시를 써서 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보여주면서,

날아가 버릴 정도가 되었을 때 발표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더불어 타인의 명성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타인의 명성은 타인의 명성이고 나의 무명은 나의 무명이다.

명성이란 것이 애당초 부질없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또 그것이 아무렇게나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시도 마찬가지다. 시가 나를 따라와 주어야지

내가 죽자 사자 시를 쫓기만 한다고 해서 시가 붙잡혀주는 게 아니다."

나태주 시인은 '연필로 그림 그리기'를 했다.

"대개는 풀꽃이나 나무나 산의 능선을 그리는 소묘형식의 그림 그리기인데,

연필로 그림 그리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며 "시인에겐 사물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또 사물의 이면을 꿰뚫어 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따분하면 연필 들고 나가서 풀꽃을 몇 시간이 그린다.

타임머신을 타고 훌떡 지나가 버리는 재미를 보는 느낌은 연필로 그림 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하나 감동시키지 못하고 만족시키지 못하는 시가
어찌 세상으로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우리는 결코 남들의 가슴속에 켜진 등불이 어둡고 흐린 것을 탓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시를 쓰는 시인도 시골 생활을 적막한 모양이다. 나태주 시인도 "시골살이는 참으로 적막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야기 나눌 친구들도 멀리 있고 알아주는 사람도 많지 않고 경쟁력도 도무지 없다"며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반전(反轉)에 계기가 되어준다"고 말했다.

나태주 시인은
"우리는 결코 누가 알아줘서, 알아주기를 바라고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발심이란 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날마다 순간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디 일부러라도 마음에 빈자리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
너무 빠르게 살려고만 하지말고 조금은 천천히 살려고 노력하자.

그리고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말고 내 마음을 더욱 자주자주 들여다보자.
그러노라면 시가 찾아와 기웃거리며 우리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줄 것이다.
그 때 우리가 마주 나아가며 손을 잡아 시를 맞아들인다."

나태주 시인은 "시골보다 더 좋은 삶의 터전은 없고,
시골은 참 좋은 곳이며,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시골살이를 현실적으로 불편하다. 소외되었다. 적막하고 쓸쓸하다 말해서는 안된다.
현실적인 불편함과 소외와 적막함과 쓸쓸함이 우리의 재산이요 힘이요 축복이다.
그들을 따라 천천히 나아가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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