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2-25 16:00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593  

하얀 민들레 / 조미자


이제는 짐을 줄여야 할 나이
날아갈 듯 가벼워야 하리라

버릴 것 찾아 창고를 뒤지다 마주친
전기밥솥, 점잖게 앉아 있다
보름달처럼 둥실한 몸통에 앉은 키도 의젓한 십인 용
그만은 해야 두 애들 도시락에 남은 식구 점심이 되었지
오로지 취사와 보온에만 속을 달구던 것이
쥐 빛 머리 위로 먼지가 뽀얗다

저녁에 쌀 씻어 앉혀 놓고
새벽에 단추만 살짝 눌러 주면
밥물 넘을 걱정 없이 단잠 한숨 더 재워 주고
추운 겨울 따시게 밥 품어 주던
저것이 언제 창고로 밀려 났더라?

쌀도 웬만한 열로는 응어리가 안 풀려
압력으로 암팡지게 열을 올려야
찰진 밥이 되는 세상에서
찰기 없는 밥 품고만 있던 어느 날
날벼락 맞듯 창고로 밀려 났으리라

오늘도 청암 양로원 담장 밑엔
나란히 나부끼는 하얀 민들레들





<문학세계> 詩부문으로 등단
시마을 작품선집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
<길이 되어 누워보니> 等


-------------------------

<감상 & 생각>

지나간 세월을 말함에 있어서
그 '진술' (시적 구성)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점이 좋다

시인이 제시하는 '시적 공간' 또는 '詩語'가
안겨다 주는 고요한 회상(回想)이 '전기밥솥'을 통하여,
그 어떤 잔잔한 관조(觀照)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무리없이 잘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

한때는 정겨운 식구들의 체온이 자리했던, '전기밥솥'

요즘의 성급한 '압력밥솥'에선 찾을 길 없는,
따스한 보온(保溫)의 정겨웠던 옛 시절

세월이 흐른 후에, 이제 그것은
다만 고운 추억의 이름으로 창고에 자리한다

마치, 양로원 담장 밑에서
덧없는 세월의 바람에 흔들리는 민들레처럼...

生에 대한 시인의 꾸밈없는 자각(自覺) 혹은, 자세 및
시인 자신까지를 포함한 사물에 대한 깊은 면을
읽게 해주는 정갈한 詩 한 편이란 생각이다


                                                           - 희선,






* 사족


(감히) 시에 관한 한 생각을 꼽아보자면..


시라는 건 意識 속에서 삶의 예술로서 말(言)을 발굴하는 작업이란 생각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식세계가 날로 치밀해지고 복잡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첨단의 시류(詩流)는 <말의 발굴> 대신에 <말의 은닉>을 꾀한다는 느낌마저 들고..


그러다 보니, <시읽기>가 마치 무슨 암호 푸는 것처럼 되어
시인들조차 <시읽기>가 꺼려지는 판에 일반대중들은 어떠할까


평범하면서도 구수한 시..


저만 해도 사실  이런 시를 쓰고픈데, 정말 어려운 과제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남들 읽기에 어려운 시를 쓰는 게 훨 쉽다는)


그 누구에게나 보편적 감동으로 와 닿는 시..


정말, 그런 시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이 메말라 가는 이 척박한 시대에 필요한 시가 아닐런지
(위의 조미자 시인님의 시처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7297
1404 아가씨들 / 김윤이 鵲巢 09-18 31
1403 웨하스 / 여성민 鵲巢 09-18 54
1402 추석/ 유용주 (1) 金離律 09-17 67
1401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묵 湖巖 09-17 48
1400 알리바이 / 김유석 鵲巢 09-17 50
1399 불멸의 새가 울다 / 진란 강북수유리 09-15 46
1398 가을하늘 - 김선숙 ahspoet1 09-14 134
1397 화장 (花葬) / 복효근 湖巖 09-14 82
1396 질병 / 김연필 鵲巢 09-13 71
1395 수선화를 묻다 / 이경림 鵲巢 09-13 77
1394 滴 / 김신용 鵲巢 09-12 59
1393 非子 / 김선미 鵲巢 09-11 91
1392 푸른수염 / 김경린 湖巖 09-11 76
1391 페루 / 김상미 鵲巢 09-10 69
1390 빈 잔/ 김완하 金離律 09-10 98
1389 주유소 / 윤성택 강북수유리 09-10 75
1388 안개 속의 풍경 / 김이강 鵲巢 09-09 85
1387 대작 - 李白 安熙善 09-09 78
1386 화살나무 / 박남준 湖巖 09-09 58
1385 스캔들 / 김분홍 鵲巢 09-08 77
1384 밧줄 / 정호승 湖巖 09-07 141
1383 안개남자 / 김미정 鵲巢 09-06 87
1382 검은 동화 / 김 루 鵲巢 09-06 88
1381 내 눈을 감기세요 / 김이듬 강북수유리 09-05 113
1380 透明해지는 육체 - 김소연 安熙善 09-04 143
1379 풍선 / 김길나 鵲巢 09-04 80
1378 아틀란티스(바닷게의 노래)/ 황인숙 湖巖 09-04 75
1377 씨감자 / 길상호 鵲巢 09-03 83
1376 175센치의 전복 /송기영 金離律 09-03 71
1375 사라진 양 / 금시아 鵲巢 09-02 76
1374 수각(水刻) / 오영록 鵲巢 09-01 87
1373 가을 편지 - 고은 안젤루스 09-01 217
1372 애인 / 유수연 湖巖 09-01 120
1371 명랑 / 고영민 鵲巢 08-31 85
1370 기념일이 간다 / 권민경 鵲巢 08-31 96
1369 안압지雁鴨池 / 이강하 鵲巢 08-30 112
1368 지옥은 없다 / 백무산 강북수유리 08-30 96
1367 철길 / 김순아 鵲巢 08-29 129
1366 주술사(呪術師) / 황봉학 湖巖 08-29 79
1365 모자 찾아 떠나는 호모루덴스 / 이 령 鵲巢 08-28 84
1364 검은 비닐봉지에 악수를 청하다 / 권상진 鵲巢 08-28 91
1363 인연/ 복효근 金離律 08-27 214
1362 저울 / 이영춘 湖巖 08-26 129
1361 벽암(碧巖)과 놀다 / 이명 湖巖 08-24 101
1360 [아포리즘이 더 필요한 시대] 접는 다는 것/ 권상진외 2 (2) 金離律 08-22 136
1359 잠 / 이영주 湖巖 08-22 143
1358 기억의 내부 / 천융희 鵲巢 08-21 141
1357 이불무덤 / 천수호 鵲巢 08-21 119
1356 대추 한 알/장석주 강북수유리 08-20 153
1355 그런 날 있다/ 백무산 金離律 08-20 171
 1  2  3  4  5  6  7  8  9  10    

 

select count(*) as cnt from g4_login where lo_ip = '54.162.239.233'

145 : Table './feelpoem/g4_login' is marked as crashed and should be repaired

error file : /board/bbs/board.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