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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3-24 03:18
 글쓴이 : 湖巖
조회 : 365  

서랍이 있는 풍경 / 정수경

 

눈이불 뒤집어쓰고

개발지역 지키는 책상이 하품을 한다

반쯤 열린 입 속에

동짓달 청동하늘 그리려다

부러진 크레파스,

 

운전사만 태운 버스가

정거장을 빠르게 지나치고

깨진 유리조각에 목이 걸린 시계는

바람의 울음을 빌린다

 

서랍의 내력이 궁금한

관절 꺾인 담벼락 너머

석양이 야트막한 능선으로 녹물처럼 흘러내린다

뼈대만 남은 창문은

달 없는 밤을 처마 밑으로 불러들이고

 

혼수트럭에 실어 보냈던 내 젊은 날은

저 서랍 속에 있다

시간의 태엽을 되감는다

뒤늦은 근황이 발뒤꿈치로 키를 늘이면

낡은 사진첩에서 걸어 나온다

 

침침한 가로등이 찍어낸 추억들

한장 한장 인화되고

오래된 침묵이 흔들린다

가파른 절벽 쪽으로 기울었던 시간이

평형을 회복하자

실밥처럼 풀려나오는

해 묵은 일상이 오히려 따뜻하다

 

세발자전거 탄 아이의 경적 소리에

후미진 곳이 화들짝 환해진다

 

# 감상

 

시간의 서랍 속에 박재된  일상의  풍경들이 시계 태엽  돌아가듯

풀려나간다

화자가 응시하고 있는 그 일상들의 풍경은 상실과 퇴락의 이미지

로 가득 차있다

- 꺼진 유리조각에 목 걸린 시계

- 관절 꺾인 담벼락 너머

- 석양이 야트막한 능선으로 녹물처럼 흘러내린다

- 혼수트럭에 실어 보냈던 내 젊은 날은

- 저 서랍 속에 있다

화자는 젊은 날의 사진첩을 들여다 보며 한장 한장 인화된  낡은 

사진속에서 인생의 쓸쓸함과 허망함을 하나의 추억으로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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