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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4-08 16:30
 글쓴이 : 서피랑
조회 : 490  

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 양현근


아쉬움은 늘 한 발 늦게 오는지
대합실 기둥 뒤에 남겨진 배웅이 아프다
아닌 척 모르는 척 먼 산을 보고 있다
먼저 내밀지 못하는 안녕이란 얼마나 모진 것이냐
누구도 그 말을 입에 담지 않았지만,
어쩌면 쉽게 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안다
기차가 왔던 길 만큼을 되돌아 떠난다
딱, 그 만큼의 거리를 두고
기다림은 다시 자랄 것이다
그리운 것일수록 간격을 두면 넘치지 않는다고
침목과 침목사이에 두근거림을 묶어둔다
햇살은 덤불 속으로 숨어들고
레일을 따라 눈발이 빗겨들고
이 지상의 모든 서글픈 만남들이
그 이름을 캄캄하게 안아가야 하는 저녁
모든 그리운 것은 왜 뒤쪽에 있는지
보고 싶은 것은
왜 가슴 속에 바스락 소리를 숨겨놓고 있는 것인지
써레질이 끝난 저녁하늘에서는 순한 노을이
방금 떠나온 뒤쪽을 몇 번이고 돌아보고 있다



[감상]

안녕, 안녕이란 말 속엔 아침과 저녁이 함께 산다. 말하자면, 안녕이란 말은 기쁨과 슬픔 양면을 지닌 동전 같은 말이다. 달리 말해, 안녕이란 말은 묘하게도 사랑과 그리움을 태생적으로 한 몸으로 안고 세상에 나온 말이다. 시인의 안녕이라는 말은 빙글빙글 돌다 가슴 맨바닥에 털썩 쓰러지는 안녕이다. 그 이름을 캄캄하게 안아가야 하는 저녁 무렵의 안녕이다. 쓰러져서 일어서지 못하는 안녕, 햇살이 덤불 속으로 숨어들거나, 레일을 따라 눈발이 쏟아져도 도저히 꿈쩍하지 않는 안녕, 가슴 속에 바스락 소리를 숨겨놓은 안녕이며 순한 노을이 방금 떠나온 뒤쪽을 몇 번이고 돌아보는 슬픈 안녕이다. 기차가 왔던 길 만큼을 되돌아 떠나듯 우리는 사랑한 만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문득 뒤돌아보면 얼굴을 스치며 내려앉는 꽃잎-같은 시간들, 그리움은 시간을 역행하여 자라는 꽃이다. 많은 날들이 지나 무성해진 시간의 잎사귀들 속에서도, 또렷한 안녕의 얼굴을 만날 때. 슬픈 저녁의 꽃봉오리를 볼 때.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모든 그리운 것들은 뒤쪽에 있다. 당신의 뒤뜰에서 집요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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