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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4-28 03:05
 글쓴이 : 湖巖
조회 : 314  

이불 / 유병록

 

방 한쪽에 코끼리 한 마리가 모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아무 말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위로도 타이름도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없다는 듯이,

널따란 귀로 얼굴을 가리고

 

여기는 이제 네 집이 아니라고, 그만 일어나 저 문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나는 제촉하지 못하고

 

이불처럼 커다란 귀를 덮고

코끼리는 잠을 잤다 방을 어지럽히거나 물건을 부수는 일도 없이, 간직한 이야기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듯이

 

내모는 일은 없겠구나 마음먹고 들여다보지 않은 며칠

 

너는 떠났구나

광목 이불 같은 귀를 베어서 머리를 두고 눕던 자리에 곱게 개어놓고

 

나는 그것을 펼쳐서 덮지는 못하고 가만히 베고 누워 우리 함께 이불을 빨던 여름날을 생각했다

이제 온기라고는 없는 서러운 바닥에서

 

# 감상

이불에 대한 화자의  다양한 사유가 흥미롭다

펴 논 이불에서 코끼리 귀를, 개 논 이불에서 코끼리의 듬직한 모습을 발견한다

이불은 덮고 잘때는 포옹의 원조, 사랑의 대명사 그러나 개어놓으면 고집불통의

코끼리라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 너는 떠났다

- 광목 이불 같은 귀를 베어서 머리를 두고 눕던 자리에 곱게 개어놓고

그러면서도 얼핏 인간의 본향인 아쉬움과 그리움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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