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5-09 03:53
 글쓴이 : 湖巖
조회 : 141  

붉은 포도주 / 김진수

 

바이올렛 향이 난다.

내 추깃물에서,

노을이 된 내 혀에서,

지롱드 강을 짜내고 푸르른 들판을 걸러낸다. 내 피는

보르도, 백악기 공룡의 화석에서 숙성된 비명이다.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다가

바람을 흡입한 나는 바람의 알갱이.

번지는 바람의 피는 참나무 숲을 물들인다,

어두 컴컴한 호수, 바닥에는 먼 시간을 여행해 온,

나이테들이 얄팍해진 해를 끄집어내어 얇게 저민다.

발가락 사이에서 빠져나온 까마귀의 부리,

들판을 얽어맨 내 혈관을 쫀다.

어둠에 촉을 꽂는 한 줄기 빛,

기도와 만종소리를 끌고 노을을 지우듯 쓸고 간다,

'신의 물방울' 탐하고 취하고 갇힌다.

고향, 나는 서서히

햇살을 풍미와 바람의 향기, 땅이 빛깔이 되어가고

 

검은 체리의 맛이 묵직하다.

내가 죽은, 죽어 내가 산

피를 남기고 간다. 내 피는

날카로운 향기와 매혹적인 색깔로 너의 입술을 녹여 낼 수 있을 지라도,

가슴을 태우고 빠져나가는

촛불에 맺히는 한 방울, 그윽한 눈빛이 된다.

노을을 접어 날린다.

이 잔 저 잔 옮겨 다니는,

해의 끝자락을 문 까마귀, 숲에 내려 앉아 다시 짐을 꾸린다.

나는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브랜딩 하지마세요.

싫어요, 나는 나예요

어둠에 갇힌 노래로 습하고 눅눅한 시간 속을 걷는다

나를 찾아서,

 

# 감상

화자는 2016년 <시와 세계> 신인상 당선자로서 본 시를 통해서 프랑스 특유의 에술과

낭만을 우리 풍을 곁들여 멋들어지게 전개하고 있다

시는 압축 보다는 함축성이 있어야 하고 추측 가능한 모호성과 미적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고 하는데 본 시에서 이를 느껴 볼 수 있다

나는 붉은 포도주 프랑스 지롱드강을 배경으로 태어났다

푸른 들판과 보르도, 백악기 공룡 화석에서 숙성된 한 줄기 짜릿한 비명이다

나는 참나무 숲을 물들인 바람의 자식, 어두컴컴한 호수, 까마귀 부리, 먼 시간을 여행해

온 나이테, 어둠에 촉을 꽂는 불빛등은 나의 즐거운 변신이다

밀레의 저녁종 풍경이 기도와 만종의 종소리를 이끌고 노을을 지우듯 한 줄기 빛을 꽂는다

나를 상품화 하지 마세요, 나를 그냥 찬양하세요, 나를 그냥 즐기세요, 그져 지구 곳곳을

여행하며 나를 뽑내고 싶을 뿐이예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6339
1238 모자 이야기/남진우 강북수유리 05-25 18
1237 붉은 스웨터 / 이민하 湖巖 05-25 25
1236 민들레 유산/장승규 金離律 05-22 75
1235 옷걸이 / 김경선 湖巖 05-22 76
1234 소 / 강신애 湖巖 05-20 92
1233 뻐꾸기 둥지(변주) / 김신용 강북수유리 05-19 79
1232 사과 속의 달빛 여우 / 윤정구 湖巖 05-18 78
1231 시, 풍경, 풍경화[달동네의 손금을 읽는 오후/ 송병호]외 2 金離律 05-17 100
1230 어쩌자고 제비꽃 / 안영희 湖巖 05-16 130
1229 모래 여자 / 김혜순 湖巖 05-13 173
1228 버리긴 아깝고/박철 (1) 金離律 05-12 169
1227 금서(禁書) / 오정국 湖巖 05-11 133
1226 붉은 포도주 / 김진수 湖巖 05-09 142
1225 인(印) /함순례 金離律 05-07 152
1224 시래기 / 이기인 湖巖 05-07 140
1223 종이의 나라 / 김양아 湖巖 05-05 137
1222 고양이는 간간 상황 너머에 있다 / 조정인 湖巖 05-03 134
1221 절/ 전동균 金離律 04-30 204
1220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 최승자 湖巖 04-30 179
1219 이불 / 유병록 湖巖 04-28 182
1218 빛의 경전 / 손병걸 湖巖 04-26 192
1217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湖巖 04-24 206
1216 혀의 가족사/ 하종오 金離律 04-23 182
1215 달과 북극 / 이날 湖巖 04-20 194
1214 지난 겨울의 강설(降雪) / 배정웅 안희선 04-18 185
1213 축약, 리얼리즘/로댕과 반가사유상/권상진외 2 金離律 04-17 166
1212 무명시인 / 함명춘 湖巖 04-17 203
1211 선운사에서 / 최영미 湖巖 04-15 265
1210 그대 生의 솔숲에서 / 김용택 안희선 04-14 291
1209 봄, 본제입납 / 허영숙 안희선 04-13 239
1208 저녁에 이야기 하는 것들 / 고영민 湖巖 04-13 224
1207 머나먼 동행 / 홍수희 안희선 04-10 298
1206 소금창고 / 이문재 湖巖 04-10 274
1205 시, 기도, 약속[무한 질주/ 이진환 외 2] 金離律 04-09 208
1204 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 양현근 서피랑 04-08 310
1203 돌지 않는 풍차 / 송찬호 湖巖 04-08 193
1202 사과나무에게 묻다 / 김규진 湖巖 04-06 248
1201 소금 / 이경록 안희선 04-04 259
1200 삼겹살 / 김기택 湖巖 04-04 284
1199 사랑이 있는 풍경 / Saint-Exupery 안희선 04-03 282
1198 늑대와 여우 / 오정자 안희선 04-03 261
1197 아침의 한 잎사귀 / 송종규 金離律 04-02 259
1196 기억 꽃잎 / 최하연 湖巖 04-02 278
1195 격언 / Jacques Prevert 안희선 04-02 196
1194 목련이 필 때면 / 유영훈 안희선 03-31 341
1193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 이건청 湖巖 03-30 214
1192 자줏빛 연못 / 김선향 湖巖 03-28 262
1191 장마 / 배한봉 湖巖 03-26 285
1190 타자에서 내가 되는 순간─이성복 『그 여름의 끝』, 『호랑가시나무의 기… 이기혁 03-26 261
1189 서랍이 있는 풍경 / 정수경 湖巖 03-24 299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