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5-19 10:37
 글쓴이 : 강북수유리
조회 : 230  

 

뻐꾸기 둥지(변주)

 

김신용

 

 

뻐꾸기 둥지는, 사람의 귀네

귓속의 달팽이관을 오므려 조그만 둥지를 만들어 주는,

그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가, 다른 알들은

모두 둥지 바깥으로 떨어트려 버리고는, 끈질기게

울음의 핏줄을 이어주는, 귀네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시침 뚝 떼고 있는

없는, 그 뻐꾸기 둥지를 옮겨와, 귓속에

가만히 둥지를 모아 주는, 동그마한 귓바퀴

일생 동안 집을 짓지 않으니,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야 하는

천형 같은 탁란의 생을, 마치 포란이듯 품어 주는

부드러운 귓바퀴,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일생을

죄의식도 없이 견뎌야 하는, 생을

제 집이듯 데려와, 슬픈 모습 그대로 살게 하는

없는, 뻐꾸기의 둥지는

사람의

귀네

 

 

 

 『문장웹진』(2011년 9월)



------------

   덩치가 크다가 해서 뭐든 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뻐꾸기는 작은 보모들에 비해 엄청난 몸집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탁란을 하는 뻐꾸기, 왜 뻐꾸기는 자신의 새끼를 직접 기르지 않고 휘파람새, 때까치, 알락할미새 같은 유모들에게 위탁을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뱁새라고 부르는 붉은머리오목누이를 위탁모로 둔다고 한다.

 

   티브에서 여러번 본 적이 있지만 갓 부화한 뻐꾸기새끼는 먼저 깨어나 붉은오목누이의 알을 엉덩이로 밀어 올려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자기보다 먼저 부화한 위탁모의 새끼가 있으면 새끼, 알 모두 둥지 밖으로 다 몰아내고 혼자서 먹이를 받아먹는다. 뻐꾸기새끼는 어느 정도 지나면 붉은머리오목누이 보다도 커지는데 먹이를 받아먹을 때 보면 위탁모의 머리가 먹이와 같이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탁란의 전문용어로는 육아기생, 부화기생이라고 하는데 물고기 곤충 여러 생물들이 부화기생, 육아기생을 한다고 한다. 뻐꾸기 외에도 탁락조는 9,000종이나 되는 전체 조류 중 102종 약 1%라고 한다. 숙주 또한 쉽게 당하지를 않아서 실제로 뻐꾸기의 탁란 성공률은 10퍼센트 정도라고 하는데. 직접 기르는 조류들보다 번식의 성공률이 떨어진다.



   탁란이 종 보존의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뻐꾸기는 탁란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까. 어떤 다른 종들은 생존율을 높이려는 종족보존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뻐꾸기의 탁란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가설에 보면 스스로 둥지를 만들지 못한다는 설이 있는데 둥지를 못 만드니 알을 낳아 품을 수가 없는 것이고 다른 가설로는 교미 습성 때문이라고 한다.

 

   암컷 뻐꾸기는 적어도 4, 6개의 알을 낳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알을 한 두개 낳을 때마다 교미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여러 차례 교미한 후 한두 개씩 주기적으로 알을 낳기 때문에 먼저 낳은 알을 품어주지 않으면 썩어버리고 여름 철새로 머물러 있는 시기가 짧아 낳을 때마다 품어줄 시간이 모자라 생존전략으로 탁란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해외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탁아 수출의 오명을 못 벗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베이비박스를 탁란으로 치환한 박미라 시인의 시가 있듯 뻐구기라고 해서 도덕적인 어떤 죄의식이 없을까. 종족보존의 확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탁란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뻐꾸기는 알고 있을 테지만 자기 새끼를 기르는 제 손으로 키우는 기쁨을 알 수는 없으리라.

 

 

뻐꾸기 시 모음 -함민복/최윤근/김명원/김성규/복효근/도종환/장석남/이문재/유재영/손세실리아/박기섭/이정훈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6081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7060
1357 이불무덤 / 천수호 鵲巢 11:18 16
1356 대추 한 알/장석주 강북수유리 08-20 37
1355 그런 날 있다/ 백무산 金離律 08-20 55
1354 질투의 메카니즘 / 강 순 鵲巢 08-19 54
1353 목판화 / 진창윤 湖巖 08-19 51
1352 밀봉 / 강해림 鵲巢 08-18 45
1351 각시푸른저녁나방 / 권규미 鵲巢 08-18 40
1350 죽은 새를 위한 메모 / 송종규 鵲巢 08-17 53
1349 바빌로니아의 달 / 안웅선 湖巖 08-17 53
1348 단 하나의 물방울은 / 이영옥 鵲巢 08-16 62
1347 일회용 봄 / 이규리 鵲巢 08-16 84
1346 그래서 / 문현미 鵲巢 08-15 101
1345 그늘 / 이상국 湖巖 08-15 115
1344 거미의 각도 / 김도이 鵲巢 08-15 61
1343 좌파/우파/허파 / 김승희 鵲巢 08-14 58
1342 곡두 / 김준태(豁然) (2) 鵲巢 08-14 100
1341 시간 / 여성민 鵲巢 08-13 85
1340 누드와 거울 / 심은섭 鵲巢 08-12 73
1339 좀비극장 / 박지웅 鵲巢 08-12 94
1338 연기(煙氣) / 김수영 湖巖 08-12 78
1337 조응照應의 푸른 방향성 / 고은산 鵲巢 08-12 52
1336 於 芻仙齋 추선재에서 / 강 경우 鵲巢 08-11 46
1335 오리털파카신 / 문보영 鵲巢 08-11 51
1334 도시가 키운 섬 /최삼용 강북수유리 08-11 55
1333 나의 쪽으로 새는 / 문태준 鵲巢 08-10 102
1332 아스피린 / 문정영 湖巖 08-10 89
1331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 / 문태준 鵲巢 08-09 109
1330 전봇대/이명숙 강북수유리 08-08 104
1329 인사동 그곳에 가고 싶다 / 서동균 湖巖 08-07 113
1328 남겨진 체조 / 심지아 鵲巢 08-07 91
1327 변검 / 김선우 湖巖 08-05 104
1326 갈꽃이 피면 / 송기원 나싱그리 08-04 123
1325 벼루 / 이수정 鵲巢 08-04 90
1324 시의 시대 / 이창기 강북수유리 08-04 86
1323 백야 / 남길순 湖巖 08-02 130
1322 다시 /박노해 강북수유리 07-31 179
1321 장대와 비 사이 / 조영란 湖巖 07-31 121
1320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 강북수유리 07-28 106
1319 캉캉치마 / 김미령 湖巖 07-28 105
1318 털 난 꼬막 /박형권 강북수유리 07-27 112
1317 달북 / 문인수 湖巖 07-26 159
1316 길 / 김기림 湖巖 07-24 229
1315 외롭다는 것은 / 박일 성율 07-22 284
1314 호랑이는 고양이과다 / 최정례 湖巖 07-21 99
1313 입산한 내가 하산한 너에게 - 이기와 푸른행성 07-20 185
1312 북 항 / 권대웅 湖巖 07-19 142
1311 지평 - 강경우 푸른행성 07-18 184
1310 만들 것인가, 만들어 낼 것인가[분실/박소미 외 2] 金離律 07-17 144
1309 고사목 / 최을원 湖巖 07-17 143
1308 기염 / 정 문 푸른행성 07-16 141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