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5-25 10:04
 글쓴이 : 강북수유리
조회 : 149  

 

모자 이야기

 

남진우

 

 

내 낡은 모자 속에서

아무도 산토끼를 끄집어낼 수는 없다

내 낡은 모자 속에 담긴 것은

끝없는 사막 위에 떠 있는 한 점 구름일 뿐

내 낡은 모자 속에서 사람들은

파도 소리도 바람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깊은 밤 내 낡은 모자에 귀를 갖다 대면

기적 소리와 함께 시커먼 화물 열차가 달려 나오기도 한다

내 낡은 모자를 안고 오늘 나는 시장에 갔다

하지만 해 저물도록 아무도 사는 이 없어

나는 구름과 놀다가 기차를 타고 훌쩍

머나먼 사막으로 떠났다

 

누군지 모르는 그대여

내 낡은 모자를 사다오

달리는 화물 열차 끝에 매달려 오늘도 나는

내 모자를 쓸 그대를 찾아 헤맨다

 

 

 

시집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2006, 문학과지성사)

 

 

 

 

  당신은 모자를 팔아본 적이 있나요. 팔아본 적은 없어도 사 본 적은 있을 것입니다. 모자는 모자일 뿐인데 마술이 아닌 다음 모자 속에서 산토끼가 있을 리 없고 파도소리 바람 소리가 들릴 리 없겠지요. 그런데 그 모자 속에 여러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구름, 파도, 바람, 심지어 기적소리를 울리며 화물열차가 달립니다.

 

  화자는 내 낡은 모자를 누군가에게 팔고 싶어 합니다. 당신은 투자 가치가 불완전하고 미래를 모르는 저 낡은 모자를 사고 싶은 생각이 드시나요. 만약 당신이 저 모자를 갖고 싶다거나 곁에 두고 싶다면 당신은 기업가의 싹은 노랗고 유토피아를 들먹이는 사람일 것입니다.

 

  모자의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이상의 상징. 화자는 자신의 모자를 주고 싶어 하지만 아무에게나 주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자를 살뜰히 보살피며 아끼고 사랑하고 잘 갈무리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을 것입니다. 우리 또한 아무 모자를 쓰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게 꼭 맞는 나만의 모자를 찾아서 저자거리에서 산중에서 꿈속에서 모자를 찾아 헤맵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에게 어울리는 모자를 쓰고 있나요. 아니면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인가요. 지금까지 못 찾았다면 당신의 모자는 어디에 있을까요.

 

 

<모자 시 모음>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4641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6554
1276 내 인생 최고, 최악의 증거물 / 박남철 안희선. 00:28 41
1275 깡통/ 김유석 金離律 06-20 43
1274 내가 아버지의 첫사랑이었을 때 / 천수호 강북수유리 06-20 33
1273 소주병 / 공광규 강북수유리 06-20 33
1272 굴러가는 동전의 경우 / 안태현 湖巖 06-20 31
1271 나무들 / 조이스 킬머 안희선. 06-20 53
1270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강북수유리 06-19 77
1269 여름 저물녘엔 청계천에 가자 / 배월선 안희선. 06-19 63
1268 소금 / 이경록 안희선. 06-19 61
1267 청동물고기 / 허영숙 안희선. 06-18 64
1266 면벽의 유령 / 안희연 湖巖 06-18 46
1265 나무 달력 / 조윤하 & 나무에 깃들여 / 정현종 안희선. 06-18 70
1264 이팝나무 꽃 피었다 / 김진경 강북수유리 06-16 87
1263 아내, / 홍형표 안희선. 06-16 99
1262 갈매새, 번지점프를 하다 / 박복영 湖巖 06-16 51
1261 송(頌) / 김구용 안희선. 06-16 59
1260 감기 & 부부 / 진난희 안희선. 06-16 68
1259 새 떼 / 나희덕 안희선. 06-15 77
1258 어머니의 그륵 / 정일근 강북수유리 06-14 103
1257 새벽 / 박계희 안희선. 06-14 113
1256 물 / 이정록 안희선. 06-12 130
1255 꽃멀미/김충규 강북수유리 06-12 136
1254 바다의 악보 / 강인한 湖巖 06-12 89
1253 신부 / 서정주 안희선. 06-11 120
1252 직지사는 없다 / 이희은 긴강물 06-11 111
1251 어떤 시위/ 공광규 金離律 06-10 108
1250 해산 / 이재무 湖巖 06-10 109
1249 새 / 천상병 강북수유리 06-09 117
1248 낯선 시선 / 삐에르 르베르디 안희선. 06-09 104
1247 사람이 풍경이다 / 허영숙 안희선. 06-09 139
1246 가을 밤 / 조용미 湖巖 06-08 113
1245 상사몽 / 황진이 안희선. 06-07 113
1244 구상나무에게 듣다 / 최정신 안희선. 06-07 126
1243 배를 매며, 배를 밀며 / 장석남 강북수유리 06-06 90
1242 손의 의지 / 김선재 湖巖 06-06 111
1241 하류 / 김구식 안희선. 06-05 129
1240 개다래나무/박은주 긴강물 06-04 135
1239 외상값 /신천희 강북수유리 06-04 165
1238 출구/ 이규리 金離律 06-04 136
1237 누가 우는가 / 나희덕 湖巖 06-04 169
1236 어머니의 정원 / 김설하 안희선. 06-03 136
1235 多情에 바치네 / 김경미 안희선. 06-02 145
1234 닭의 하안거 / 고진하 湖巖 06-01 119
1233 수염 / 이상 안희선. 05-31 141
1232 Envoi / Kathleen Raine 안희선. 05-31 106
1231 에피소드(EPISODE) / 조향 안희선. 05-30 112
1230 나의 이솝 /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 안희선. 05-30 112
1229 아들의 여자/정운희 강북수유리 05-30 140
1228 여름을 건너간 슬픔 / 최해돈 湖巖 05-29 190
1227 밑줄/ 신지혜 金離律 05-27 162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