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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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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6-22 04:58
 글쓴이 : 湖巖
조회 : 138  

아비뇽의 처녀들 / 김상미

 

아비뇽의 처녀들은 촉촉이 젖은 살갗 위에

옷 대신 캄캄한 밤을 입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더 빛이 나는 아비뇽의 처녀들은

남이 입던 신의 축복 따위는 청동거울 속에 집어넣고

당신 때문에 활활 사랑이 불타오른 척

당신 머리 위를 노래하는 새처럼 날아다닌다

 

참으로 아름다운 아비뇽의 처녀들은

한 여인이면서 더섯 여인 몫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이 세상에 어떤 美가 존재하는지 어떤 시인이 그 美를 찬양하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로지 당신 눈빛과 마주치고

그 눈빛에서 절망 대신 환희가 솟아오르고

화창한 주말 날씨의 해변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자궁을 한 껏 열어

당신을 품고 당신을 낳을 뿐

 

한 번도 누구누구의 정식 연인이 되어본 적 없는 아비뇽의 처녀들은

홀로 있을 때나 함께 있을 때나 발가벗어 그림자 진 당신 영혼에

기쁘게 은방울꽃과 데이지꽃 수를 놓으며

서둘러 짐 챙겨 떠나는 이 세상 모든 이별의 왈츠가

이제는 당신 마음속에서 끝나기를 곧 끝나버리기를 기다린다

 

캄캄한 밤을 달래는 푸른 달빛이 서서히 서쪽에서부터 차올라오듯이

 

* 김상미 : 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 로 등단,

               시집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등

 

# 감상

아비뇽의 처녀들은 1907년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그림으로 뉴욕 근대 미술관에

소장 되어 있으며 아비뇽이란 명칭은 바르셀로나의 서민가에 있는 마도로스를

상대하는 창녀가 출몰하는 뒷거리의 명칭이며 화면에 그려진 것은 이 뒷거리에

있는 창부들이며 이 그림이 20세기 초 프랑스에 활동한 큐비즘(입체파)의 출발점이다

 

화자는 이 그림에서 평생 간직하고 싶은 고귀한 순결을 어쩔 수 없이 빼앗겨야 하는

창녀들의 슬프고도 아픈 애환을 느꼈으리라,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홍등가

청량리 588이 생각 났으리라

신이 준 고귀한 성 행위가 한 쪽은 욕구를 위해, 한 쪽은 금전을 위해 마구 벌어지는 

창녀촌의 처절한 모습을 화자는 역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은방울꽃, 데이지꽃, 푸른 달빛등 밝고 아름답게 처리되는 연금술사적 화자의 기술

뒤에는 이들의 절망적인 눈빛과 애처로운 교성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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