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6-22 22:39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217  

 

6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현대문학>에 朴木月의 추천으로 등단 .
서울대 명예교수
詩集으로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문열어라 하늘아],
[무명연시], [사랑의 저쪽], [바람의 그림자] 등


----------------------------------

<감상 & 생각>

산다는 건 참, 고뇌스러운 일
(사는 게 마냥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빼고)

흔히 쉽게들 말하길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찬 마음을
깨끗히 비워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세파(世波)에 시달리며 살다보면
그게 어디 그리 수월한 일이던가

삶의 매 순간, 끈질기게 따라 붙는 무명(無明)과 욕망에의 집착은 또 어떻고..

시인은 6월의 푸른 신록(新綠)이 말해주는, 싱그러운 자연의 모습에서
날이 갈수록 첩첩한 미로(迷路)가 되어가는 人生의 길이 참담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나보다

하여, 차라리 어머니 같은 자연(自然)에게 자신이 가야할 길을 묻나보다

차갑게 메마른 세상의 들녘에서 문득 길을 잃은 밤,
순연(純然)한 님(자연)의 체취와 말씀에 황홀해진 정신으로...


                                                                                 - 희선,



<덧붙여 보는 사족이라 할까>

언어의 정련(精練)을 통한,
서정(抒情)에의 접목이 빼어난 詩 한 편이라는 느낌

특히, 소개된 이 시에서는
인간존재의 실존적 고뇌를 서정적으로 노래하고 있는데,
6月이란 신록의 계절이 말해주는
그 순연(純然)한 님(自然)의 길에 비하여,
무명(無明)의 번뇌와 욕망의 망집(妄執)에서 방황하는 우리네 삶은
날이면 날마다 첩첩한 미로(迷路)가 되어감을 자탄(自嘆)하고 있다. 

시인의 시에서,
본질적(本質的)인 인성(人性)의 고향으로 가는 길은 바로
그 원융무애(圓融無碍)한 <자연의 길>을 닮아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실상, 자연만큼 모든 생성과 소멸의 존재들을
원환적(圓環的)으로 둥글게 품고 있는 (어머니 같은)
넉넉하고 푸근한 가슴이 어디 또 있겠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6795
1314 호랑이는 고양이과다 / 최정례 湖巖 07-21 19
1313 입산한 내가 하산한 너에게 - 이기와 푸른행성 07-20 59
1312 북 항 / 권대웅 湖巖 07-19 57
1311 지평 - 강경우 푸른행성 07-18 85
1310 만들 것인가, 만들어 낼 것인가[분실/박소미 외 2] 金離律 07-17 61
1309 고사목 / 최을원 湖巖 07-17 62
1308 기염 / 정 문 푸른행성 07-16 69
1307 우포에 비가 내린다 / 송하 푸른행성 07-15 103
1306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하여 / 칼릴 … 푸른행성 07-14 103
1305 운우지정(雲雨之情) /이선이 강북수유리 07-14 78
1304 국립낱말과학수사원 /함기석 활연 07-13 84
1303 튤립 / 송찬호 湖巖 07-13 89
1302 모닥불 / 백석 푸른행성 07-12 127
1301 가죽나무 /도종환 강북수유리 07-11 104
1300 불광천 / 홍일표 湖巖 07-11 64
1299 길 위의 식사 / 이재무 푸른행성 07-11 99
1298 핏덩어리 시계 / 김혜순 활연 07-10 106
1297 시작법을 위한 기도/박현수 강북수유리 07-10 82
1296 장미 / 송찬호 湖巖 07-09 121
1295 너의 밤 기도 / 오정자 푸른행성 07-08 123
1294 흰 노트를 사러가며 / 김승희 푸른행성 07-07 123
1293 화살 노래 - 문정희 안희선. 07-06 168
1292 대이동 / 기혁 湖巖 07-06 90
1291 눈물 - 김춘수 안희선. 07-05 191
1290 순간의 거울 2 (가을 강) / 이가림 湖巖 07-04 101
1289 시선 - 마종기 안희선. 07-04 152
1288 장마 / 김주대 강북수유리 07-03 198
1287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 문향란 안희선. 07-03 161
1286 모란장 - 최경자 안희선. 07-02 141
1285 고양이의 잠/ 김예강 金離律 07-02 121
1284 연금술사 2 / 권대웅 湖巖 07-01 96
1283 견고한 고독 - 김현승 안희선. 06-30 188
1282 오동나무 안에 들다 / 길상호 湖巖 06-29 152
1281 적막 - 나태주 안희선. 06-27 290
1280 시치미꽃 - 이명윤 안희선. 06-27 184
1279 ◉시는 발견이다[갈등/김성진 외 2] 金離律 06-27 145
1278 독자놈들 길들이기 - 박남철 안희선. 06-27 128
1277 사람꽃 / 고형렬 강북수유리 06-27 155
1276 총 알 / 최금진 湖巖 06-27 102
1275 물방울 속 물방울 - 오정자 안희선. 06-26 179
1274 어떤 휴식/ 정익진 金離律 06-25 165
1273 세한도 / 이경교 湖巖 06-25 133
1272 바깥 - 문태준 안희선. 06-25 212
1271 파라다이스 폐차장 - 김왕노 안희선. 06-24 120
1270 6월 / 오세영 안희선. 06-22 218
1269 아비뇽의 처녀들 / 김상미 湖巖 06-22 138
1268 6月 / 김용택 안희선. 06-22 207
1267 내 인생 최고, 최악의 증거물 / 박남철 안희선. 06-21 184
1266 깡통/ 김유석 金離律 06-20 146
1265 내가 아버지의 첫사랑이었을 때 / 천수호 강북수유리 06-20 154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