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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30 01:54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188  

견고한 고독 / 김현승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하게 마른 흰 얼굴. 그늘에 빚지지 않고 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 단 하나의 손발.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이 가느다란 창 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던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네 살과 같이 떼어 주며. 결정(結晶)된 빛의 눈물, 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슬지 않는 견고한 칼날 --- 발 딛지 않는 피와 살.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에도 더 휘지 않는 마를 대로 마른 목관 악기의 가을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굳은 열매 쌉슬한 자양 에 스며 드는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


- [現代文學] 1965년

 

김현승.jpg

호는 다형(茶兄). 평양 출생. 문단활동은 숭실전문학교 재학 때 장시(長詩) <쓸쓸한 겨울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이 양주동의 추천으로 1934년 《동아일보》에 게재되면서부터였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정신과 인간주의를 바탕으로 한 내용을 시로 형상화하여 독특한 시세계를 이루었다. 제1시집 《김현승시초(1957)》와 제2시집 《옹호자의 노래(1963)》에 나타난 전반기의 시적 경향은 주로 자연에 대한 주관적 서정과 감각적 인상을 노래한 것으로서, 점차 사회정의에 대한 윤리적 관심과 도덕적 열정을 표현하였다. 제3시집 《견고한 고독(1970)》과 제4시집 《절대고독(1968)》에서는 신에 대한 회의와 인간적 고독을 시적 주제로서 추구함을 보여준다. 1974년에는 《김현승전시집》을 펴냈고, 산문집·문학개설서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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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감상>

그 언젠가도 말한 적 있지만, 金顯承 시인은 눈매가 참 선하신 분이다. 그분의 대표작인 '가을의 기도祈禱'에서 느낄 수 있듯이, 투명한 바람 속에 파아란 하늘의 눈동자 같은 분이란 생각이 든다. 그 시인에게도 한없이 외롭고 쓸쓸한 시간이 있었나 보다. 잘 아다시피... 그는 원래, 기독교적인 신앙관에 충실한 시인이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왜 그의 신앙과는 정면으로 배치背馳되는 <고독의 세계>로 깊이 침잠沈潛하게 되었을까. (도대체, 그에게서 神은 어디로 가고?) 신앙과는 별개로, (아니 어떤 의미에선 그것에 대한 회의懷疑로 부터) 인생의 본질을 재발견하려는 집요한 시적 추구였을까. 그러면서도, 그의 고독이 단순한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은 것은 깨끗한 삶을 지향指向하면서 이를 인간성人間性의 본질로 삼기 위한 (즉, 神性 속에서 人間에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때문으로 여겨진다. 한 마디로, 인간본질을 향한 고독한 <탐구정신의 극한極限>이라 할까. 그러나, 이 같은 견고한 고독에의 추구도 말년末年에 그가 고혈압으로 쓰러져 사경死境을 헤맨 후에는... 그 입장을 달리하는 시세계로 변모해 간다. 즉 지금까지... 그가 추구해왔던 인간 중심의 세계가 아닌 <절대신앙>으로서의 종교에로의 <재再 귀의歸依>와 <神을 통한 구원에의 간절한 태도>가 담겨져 있는데, 『날개』와『마지막 지상에서』와 같은 작품들이 그 대표적 예例일 것이다. 神에 대한 회의와 비판을 통해 추구하던, 고독의 가치價値도 덧없이 쇠진衰盡하는 인생의 끝자락에서는 그렇게 일시에 허물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나이 들고 병 들면 무엇엔가 자꾸 기대고 싶어진다 - 따라서 마음이 弱해지면 몸도 약해지는 게 아니라, 몸이 약해지면 그 마음도 약해지는 게 맞다 - 적어도 희서니의 經驗에 의하면 그렇다 - 이게 궁금하면, 각자 스스로 죽음의 문턱까지 지독하게 아파보면 안다) 개인적으론, 시인의 말년末年에 그의 시정신詩精神이 神중심주의로 다시 전환되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에 따른 시적 형상화의 노력에 비해 그 시적 성과는 前의 인간중심의 작품들에 뒤따르지 못했다는 감感도 없지 않아 있다. (詩만 놓고 보자면) 그러나, 이것은 시적 평가評價 이전에 한 인간의 <삶의 철학>으로 보아야 할 것도 같은데. 그의 시세계를 人間중심적 기본정신과 神중심적 특수정신과의 치열한 상호갈등의 숨막히는 과정이라는 맥락脈絡 속에서 살펴본다면... 그의 그러한 시적 변모는 <인간 본연本然의 인간다움>을 자체 내에 포함한 풍부하고도 구체적인 <절대정신絶對精神으로의 자기 회귀回歸>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게 생각된다는 말이다. 어쨌거나... 地上에서의 오랜 고독을 마감하고, 하늘나라에서 그는 그가 그토록 귀의歸依하고자 했던 神을 반갑게 만났을까. 아님, 그곳(하늘나라)에서도 神은 없어 그는 한 인간의 외로운 영혼으로서 여전히 견고堅固하게 고독한 것일까...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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