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작성일 : 18-07-11 00:33
 글쓴이 : 푸른행성
조회 : 103  

길 위의 식사 / 이재무


사발에 담긴 둥글고 따뜻한 밥 아니라
비닐 속에 든 각 진 찬밥이다
둘러앉아 도란도란 함께 먹는 밥 아니라
가축이 사료를 삼키 듯
선 채로 혼자서 허겁지겁 먹는 밥이다
고수레도 아닌데 길 위에 밥알 흘리기도 하며 먹는 밥이다
반찬 없이 국물 없이 목메게 먹는 밥이다
울컥, 몸 안쪽에서 비릿한 설움 치밀어 올라오는 밥이다
피가 도는 밥이 아니라 으스스, 몸에 한기가 드는 밥이다



1983 <삶의 문학>에 詩, <귀를 후빈다>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섣달 그믐>
2012 文學思想 주관 제 27회 소월문학상 受賞


--------------------------

<감상 & 생각>

이 詩를 읽으니, 새삼 詩라는 건 머리로 언어를 다듬는
인위적人爲的 작업이 아니라, 가슴의 언어를 받아적는
민첩한 활동이란 생각이 든다

정말, 그럴 것이다

각설却說하고

아마도, 시인은 편의점이나 길가에서 비닐 속에 든 김밥이나
플라스틱 포장의 허술한 도시락 따위를 사먹다가
문득 든 느낌을 詩로써 풀어놓은 거 같다

생각하면, 이 삭막하고 촉박促迫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하루의 정해진 일과日課를 위해 돈으로 환가換價된 칼로리를
허겁지겁 입에 털어 넣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대사회라는 비정한 기계의 한 조그만 부속품이 되어서
지정된 시간(끼니)마다 필요한 만큼의 윤활유를 치는 것처럼...

정말, 먹기 싫어도 사료를 먹을 수밖에 없는 가축의
식사와 뭐가 다를까

고향집 어머니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까진 아니더라도
돈 계산이 아닌, 사람의 정情이 소북히 담긴 밥 한 그릇이
그리운 것이다

그리고 보니, 나 또한 오늘도 길 위의 각角 진 식사를
거르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몸에서 한기寒氣가 떠날 날이 없다


                                                                  - 푸른행성,


* 요즈음은 편의점에서 백종원 표 도시락이 인기라는 말을
고국의 지인으로 부터 들었다 (종류별 가격은 3500원 ~ 5500원)

백종원이란 사람은 돈께나 벌겠으나, 그 역시 각진 차가운 밥인 것은
틀림이 없으리라




夕海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조경희 07-07 16803
1315 외롭다는 것은 / 박일 성율 07-22 70
1314 호랑이는 고양이과다 / 최정례 湖巖 07-21 35
1313 입산한 내가 하산한 너에게 - 이기와 푸른행성 07-20 86
1312 북 항 / 권대웅 湖巖 07-19 70
1311 지평 - 강경우 푸른행성 07-18 102
1310 만들 것인가, 만들어 낼 것인가[분실/박소미 외 2] 金離律 07-17 69
1309 고사목 / 최을원 湖巖 07-17 74
1308 기염 / 정 문 푸른행성 07-16 78
1307 우포에 비가 내린다 / 송하 푸른행성 07-15 114
1306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하여 / 칼릴 … 푸른행성 07-14 113
1305 운우지정(雲雨之情) /이선이 강북수유리 07-14 87
1304 국립낱말과학수사원 /함기석 활연 07-13 89
1303 튤립 / 송찬호 湖巖 07-13 94
1302 모닥불 / 백석 푸른행성 07-12 134
1301 가죽나무 /도종환 강북수유리 07-11 110
1300 불광천 / 홍일표 湖巖 07-11 69
1299 길 위의 식사 / 이재무 푸른행성 07-11 104
1298 핏덩어리 시계 / 김혜순 활연 07-10 109
1297 시작법을 위한 기도/박현수 강북수유리 07-10 84
1296 장미 / 송찬호 湖巖 07-09 126
1295 너의 밤 기도 / 오정자 푸른행성 07-08 132
1294 흰 노트를 사러가며 / 김승희 푸른행성 07-07 127
1293 화살 노래 - 문정희 안희선. 07-06 171
1292 대이동 / 기혁 湖巖 07-06 92
1291 눈물 - 김춘수 안희선. 07-05 201
1290 순간의 거울 2 (가을 강) / 이가림 湖巖 07-04 108
1289 시선 - 마종기 안희선. 07-04 156
1288 장마 / 김주대 강북수유리 07-03 204
1287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 문향란 안희선. 07-03 164
1286 모란장 - 최경자 안희선. 07-02 145
1285 고양이의 잠/ 김예강 金離律 07-02 125
1284 연금술사 2 / 권대웅 湖巖 07-01 99
1283 견고한 고독 - 김현승 안희선. 06-30 196
1282 오동나무 안에 들다 / 길상호 湖巖 06-29 161
1281 적막 - 나태주 안희선. 06-27 298
1280 시치미꽃 - 이명윤 안희선. 06-27 187
1279 ◉시는 발견이다[갈등/김성진 외 2] 金離律 06-27 148
1278 독자놈들 길들이기 - 박남철 안희선. 06-27 131
1277 사람꽃 / 고형렬 강북수유리 06-27 157
1276 총 알 / 최금진 湖巖 06-27 104
1275 물방울 속 물방울 - 오정자 안희선. 06-26 182
1274 어떤 휴식/ 정익진 金離律 06-25 172
1273 세한도 / 이경교 湖巖 06-25 138
1272 바깥 - 문태준 안희선. 06-25 217
1271 파라다이스 폐차장 - 김왕노 안희선. 06-24 125
1270 6월 / 오세영 안희선. 06-22 223
1269 아비뇽의 처녀들 / 김상미 湖巖 06-22 142
1268 6月 / 김용택 안희선. 06-22 212
1267 내 인생 최고, 최악의 증거물 / 박남철 안희선. 06-21 187
1266 깡통/ 김유석 金離律 06-20 149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