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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선된 시를 중견작가의 시평 등과 함께 감상하는 공간입니다

 
작성일 : 17-08-20 21:19
 글쓴이 : 양현근
조회 : 691  

[월간 조세금융 2017. 9월호]

 

 

수각(水刻) / 오영록

 

 

비 그친 오후, 웅덩이

한 뼘도 안 되는 수심으로 하늘이며

뒷산이며 키 큰 가로수가 수직으로 빠졌다

구름이 가면 가는 데로 깎아 담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슴에 품고 있다

가장 낮은 몸으로 가장 높은 것을 어르고 있다

높고 낮은 것을 한 뼘 속으로 품어

높아야 한 뼘 낮아야 한 뼘이라고

증명하고 있다

가만 들여다보니

산수화 한 폭 쳐 놓고

빼놓을 성싶은 못난 나까지

마음을 한번 헹구라는 듯 담고 있다

그것도 한 뼘의 깊이로

높고 낮음에 그 무엇도 자유 없음을 말하듯

화사한 연분홍 벚꽃도

오색찬란한 공작의 날개도

흑백으로 음각하고 있다

 

 

[감상]

높고 낮아야 겨우 한 뼘이다

한 뼘도 안되는 높이에 먼저 오르겠다고 그 아우성이다

아무리 인간사가 지배와 복종의 역사라지만

가장 낮은 몸으로 가장 높은 것을 어르는 웅덩이의

그 깊은 뜻만 할 것인가

높은 산이며, 심지어 화려한 봄꽃마저도

그저 흑백으로 음각하는 웅덩이의 심지가 깊다

(양현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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