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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선된 시를 중견작가의 시평 등과 함께 감상하는 공간입니다

 
작성일 : 18-01-22 13:44
 글쓴이 : 양현근
조회 : 875  

[월간 조세금융 2018. 2월호]

 

 

북엇국 끓는 아침 / 이영식

 

 

생목이 올라 눈뜬 아침, 아내는

북어를 패고 있다

우리 집 세간에도 패고 두드려

방짜로 펼쳐놓을 무엇이 남아 있던지

빨랫돌 위에 난장을 치고 있다

 

베링해에서 겨울 산정까지

가시뼈 움켜쥐고 얼리고 말리던

난바다 한 덩이,

살점 튀도록 곤장치레 당한 뒤에야

황금빛 속내 풀어놓는다

 

일찌거니

명란, 창란젓으로 장기臟器 내어준 보시덩어리

냄비 속 대파 몇 뿌리와 한통속으로 끓는다

기다리면, 내게도 올 것이 있다는

국 한 그릇의 희망이 뜨는 아침

 

어둠 벗은 길들이 환하게 일어선다.

 

 

[감상]

지아비의 속풀이를 위해 북어 한 마리를 패대는

아낙의 따뜻한 마음을 읽는다

얼리고 말린 황금빛 속내에 우러나는

파란 바다와 바람 한 덩이,

술김에 벗어둔 골목이며 길들이

마침내 환하다 (양현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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