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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05 12:48
2018년 <광주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12  

물의 악공들


김정현




시리아 굶주린 혈(血)의 사막에서 금빛 모래사장 해변

의 춘곤증자들에게

창백한 시체가 한 조각 잘린 구름으로 떠밀려올 때

견고한 일상의 고딕 질서를 덩어리째 뒤집어쓴 도시

사람들은

아주 잠깐 경악한다 경쾌한 악당 같던

미디어의 충만한 리듬은 조심스레 끝장났고 스무 살

열사병,

비릿한 합주를 나눴던 벌거숭이 몽상가들마저

순순히 날 선 악곡(樂曲)을 포기하고 거리로 집결했다

관현악단 같은 햄릿들로

거대한 복수를 꿈꾸던 어릿광대들과 리어처럼 선명히

울부짖을 미치광이들은

이미 쓰레기 가득한 거리에 당도했고 간밤 골목마다

신명나던 두드림,

핏물 같은 구토로 조율 당한 오필리아들은 누굴 위해

저리도 침묵하나 지난 계절

아무도 돌아오지 못할 악공(樂工)이 돼버린 소년소녀

들은

제일 아름다운 물의 파동으로 우리의 동공을 적셔대는

관(管) 같은 고통은 현(絃)의 비명은 끝까지 살아남아

살아있는 자들의 금 간 심장을 날카롭게 연주하네 누

구도 화음 낸 적 없는데

누구나 펼침화음인 사람들 오래전 강을 건넜던 백수

광부의 그림자처럼

낯빛들 어둑했다 저 멀리 바닷바람이 붉은 산호처럼

뻗쳐 와도

바닥의 가장자리마다 고요히 쌓여 있는 물의 영혼들

가느다란 여음(餘音)에도 휩쓸리지 않으려

악공들 모두 기슭을 간신히 부여잡고 온몸을 떨고만

있는데,


경찰 차단선이 순식간에 벽을 쳤다 다시금 주검을 쌓아 올렸다 숨통이 통증으로 나뒹굴고 머리통은 으깨졌다 미치광이들과 어릿광대들이 찢어지자 분노는 산산조각 났고 눈먼 오필리아들만이 거리에 남아 안티고네처럼 울부짖었다 그러나 지난밤처럼 늙어버린 내 영혼은 모텔 난간에 기대선 채 한밤의 열기를 한가로이 관망했다 돌멩이가 날아들기도 했지만 나는 운 좋게 상처 하나 없다 이내 살수차가 물대포를 시연하자 누군가의 연설은 깨끗하게 뭉개졌고 최루액에 토악질하던 학생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가까스로 시위대열에서 이탈한 노동자와 첫 의무를 이행하던 의경은 공사(工事) 중인 상가에서 마주쳤다 너부러진 각목이 수직으로 빛났고 시멘트는 지루할 만큼 천천히 굳어가고만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나를 눈 뜨게 한 건 햄릿이 아니었다 리어가

아니었다 오필리아도

시위대도 아니었다 단지 춘곤 가득한 내 하품이었다

찔끔 눈물 한 방울의

아직도 선연한 비극을 미디어는 밤낮없이 이국(異國)의

해변에서 송출하고

모래 속 조그마한 얼굴을 묻고서 끝없이 바다를 향하

는 어린 시체는

아무런 말이 없다 나는 기어이 리드미컬,

어젯밤 핏방울을 허밍으로 흘려대며 담배를 입에 가져가는 데

거리의 소란했던 혁명마저

담담히 쓰레기 자루 속으로 쓸어 담는 저 사람은 누구

일까

다시금 어느 해변으론 한 구의 시신이 푸르스름하게

떠밀려오고

나는 먼지투성이 밤거리가 화염으로 솟구칠 때마다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할 악몽을 꾸곤 했다 그런데

그 꿈을 정말 악몽이라 해야 할까

악공들이 한가로이 모래찜질하던 날 붙들곤 파도처럼

바다를 켜며 앞으로 나아가고

포말처럼 다시 바닷속으로 빨려들던 물속의 푸가를

난간 밖으로 담배꽁초는 자유롭게 튕겨 나가고

나는 더 이상 세계의 깊이로는 도무지 빠지고 싶지 않

부드럽게 출렁이던 물침대를 조율하러 또다시 모텔로

기어들어 간다

낮잠은 지옥만큼 나를 끌어당기고

나는 천국 같은 이 단단한 세계가 하루의 시작처럼 아

주 조금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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