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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작성일 : 15-07-06 11:2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707  

올빼미는 황혼에 날기 시작 한다 외

 

김명옥

 

 

네가 우주 어디론가 숨어들었어도
재생지 같은 하루는 찾아오고
아직도 낯선 내 이름
문장 몇 개를 주문처럼 되뇌며
시무룩 생각에 잠긴다.
병 속의 글은 아직 해독 되지않고
발설되지 못한 언어들은
어둠이 흘러들자 만삭으로 부푼다.
지구 외곽에서는
제 눈을 찌른 이들과
제 발등을 찍은 이들이 개망초로 피어나
서로의 잔에 눈물을 따른다.
캔버스 위를 설치던 붓들이 만취해 쓰러지면
그림들은 까마득한 유전자의 족적에 대해
비린내 나는 입을 연다.
깊이 파묻어 둔 눈물이 잦아들고
해원굿 징소리 황혼을 가르자

 

올빼미 한 마리
피에 젖은 날개 펼친다.

 

 

어머니의 커피

 

 

어머니 유골 위로
뜨거운 커피를 부어요
의사 몰래 마시던
그 뜨겁고도 달고 진한 커피요

 

원두가루 
침으로 녹여 드시던 날들
더 이상 열매 맺지 못한
꽃대의 에스프레소이던가요

 

어머니
가망 없는 시간이
묵묵부답으로 흐를 때
내일의 내비게이션에
뭐라고 입력할까요?

 

물에 헹군 아메리카노처럼
남은 생이 밍밍해도 별수 있겠어요
시간을 팔아서라도
그림과 시를 살 수밖에요.

 

자정 넘으면 호리병에서 나와
삼만이천 년 전

동굴 속 벽화를 마무리하며
족장의 주문을 외워요.

 

"애야 불 좀 끄고 자거라"
오늘도 채근하시네요.

 

 

가면성 우울증

  


편백나무 베개를 베고 누웠어요.
향기로운 꿈이라도 꿀까봐서요.
활짝 핀 꽃무늬 이불도 덮었어요.
꽃밭에서 노니는 꿈이라도 꿀까 봐서요.

 

햇살은 휘청거리고
시간만 노릇노릇 익어 가는데
눈물 젖은 손수건은
저 홀로 신음을 삭히네요.
어설펐던 선택들이
머리 풀고 찾아와 목을 조르는 밤
뚜껑 열린 채 나뒹구는 물감들처럼
혼절한 영혼은 아직 경련중입니다
약도 없는 병에 걸렸다고
소문이라도 낼까요?
기별 없는 희망을
덮어쓰기 할까요?

 

생존법은 까마득히 까먹었고요.
중독성 있는 이름만 허공에 맴돕니다.
오늘에 접신 된 가면들이 손짓하네요.
어떤 가면으로 여러분들을 만나러 나갈까요?

“네티,네티”* 이름을 얻지 못한 생의 순교자들 목소리만
귀를 두드립니다.

 

*네티, 네티 : (이것은 아니다. 이것도 아니다) 산스크리스트어.

 

 

서울에서 미시령으로

  

 

권태를 주물럭 거리며
삼호가든 사거리 횡단보도에 서면
도착지 이름표 단 고속버스들
지각한 학생들처럼 도로로 뛰어드는데
서울에서 미시령 2시간대


매캐한 이 도시에서의
순간 이동
은근슬쩍 묻어서 미시령 행이다.


꾸벅꾸벅 졸다가
범람하는 해풍에 놀라 깨면
여기가 거긴가

 

다 빨린 하루를 휴지통에 쑤셔 넣고
파도에 쓸려온 물밑 귀신 친구 삼아
한 잔, 또 한 잔
내 삶의 민낯도 불그레 달아오른다..


바다처럼 살기가
은산철벽(銀山鐵壁) 넘기보다 가팔라서
비릿한 내음에 쩔은 하늘이나 훔친다


이 쯤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걸쭉한 보이스로
그랜토리노* OST 가 들려온다면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랜트리노(Gran Torino)는 미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제작한 노인영화.

 

 

나를 찾을 수 없습니다

  


빈손으로 추방당한 지구 혹성
바나나 껍질 벗기 듯
벗겨 볼 수만 있다면 좋겠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매몰 된 일도 없이
허방 디딘 길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데
어깨 위로 먼지만 쌓여가고
타임터널은 여전히 수수께끼

 

우주에서 나 하나 사라졌다고
별이 모두 사라질까
선잠 깬 아가처럼 칭얼거릴 때
슬그머니 휘발되는 생

 

녹슨 경첩처럼 삐걱대는동안
실금뿐인 손금은 배가 고픈데
태양의 발톱아래 무릎꿇고
텅 빈 화분
아침저녁 물 뿌려 봐도

 

나를 찾을 수 없습니다


鵲巢 15-07-14 20:00
 
ㅎ...커피 시 참 좋습니다.
불교적 색채가 짙습니다.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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