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공모전 당선작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주요 언론이나 중견문예지의 문학공모전 수상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작성일 : 16-01-04 12:2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023  

입과 뿌리에 관한 식물학

 

조상호

 

 

입술을 달싹일 때 해안선이 느리게 펼쳐진다 거기 해가 있다 행려병자의 시체 같은

 

풀잎처럼 흔들리는 그림자, 달은 빙산이 되어 은빛을 풀어헤친다 물빛을 깨고 비치나무 냄새 번져오는

 

젖을 희끗희끗 빤다 안개, 서늘한 빗방울, 물방울 띄워올린다 뿌리가 부풀어오른다 물거품처럼

 

*

웅웅거리고 부서지고 내장처럼 고요  쏟아져 내리고 내려야 할 역을 잃고 흘러가는 페름 행 전신주 흰 눈송이들

백야의 건반을 치는 사내- 창문을 두드리는 나뭇가지- 길고 가는 손가락 갈라지고 떠도는 핏방울 소용돌이

변두리로 나를 싣고, 창 밖 쁘이찌 야호 행 마주보며 또 길게 늘어나고 민무늬 토기처럼 얼굴 금이 가고 스쳐가는 가,

가문비 나무 그늘 나뭇가지 그림자 일렁이는 시간 산란하는 밤의 시작을 경계를 지나 나는 또 바라보고 있고

 

마젤란 펭귄들 발자국 소리 울음 아, 미역줄기처럼 늘어지고

 

*

움푹 파인 자국 발자국들 혀뿌리가 길게 늘어져 꿈틀거린다 하얀 모래밭, 그리고 하얀 추위 그리고 하얀 포말

 

기억과 마디가 끊긴 생선뼈와 조개무덤 사이를 가마우지들 총총 걸어나오고

점령할 수 없는 나라의 국경 우수아이아 숲길 뒤틀린 비치나무 뿌리 물거품이 사그라든다

 

 

심사평

빠른 질주-멈춤의 리듬감… 언어적 상상력이 돋보여

 

  본심에서 6명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펜트하우스’ 외 4편의 시는 비유를 적절히 운용해서 한 편의 시를 끌고 간다. ‘엄마가 방안에 앉아 재봉틀로 짝퉁 루이비통에 유성들을 박아넣는 경험’에서 시가 발아한다. 그 자리에서 재봉틀은 유성이 되고, 방은 펜트하우스가 되고, 인공위성을 미행하며, 재봉틀의 잔소리가 음속을 돌파한다. 비유된 세계와 실제 세계가 일대일로 대응하고 있다. 다른 시에서도 자신의 입으로 불어야만 하는 ‘진술’ 행위와 유리알 전구 만들기 같은 두 가지 행위가 ‘불다’라는 동사의 주어로서 같은 의미를 내포해 배열되고 있다. 그러나 시 한 편에 다 포함될 수 없는 문장들이 돌출하고, 비유에 치중하느라 현실감을 놓쳐 버리는 부분이 지적됐다.


  ‘훈풍’ 외 4편의 시는 시편마다에 들어 있는 간곡한 말, 경험을 고백할 때 언뜻 보이는 아픈 정경들의 표현이 좋았다. 자신의 기억을 말에 걸칠 때 그 말의 결을 스스로 발명해 내는 것이 시의 새로움이란 사실을 증명하는 문장들이 있었다. 그러나 ‘영특한 손놀림’, ‘팔딱이는 주먹 심장’처럼 두 개의 단어나 세 개의 단어로 경험을 응축해 버린 어구가 많고, 이 부분들이 오히려 시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입과 뿌리에 관한 식물학’ 외 4편은 상상력으로 시를 끌고 간다. 은유된 언어의 머뭇거림과 확장, 빠른 질주와 멈춤이 한 편의 시를 완성한다. 시는 마치 ‘점령할 수 없는 나라의 국경처럼’ 언어로 만든 점과 선, 리듬으로 시에 여러 개의 경계를 설정한다. 동시에 언어적 상상으로 세상을 더듬어 나가고, 더불어 떠나고, 정신의 세계를 어루만진다. 무작정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단어와 단어, 음운과 음운들이 서로 조응하면서 달려간다. 시의 ‘입술을 달싹’여 저 ‘마젤란 펭귄’이 사는 곳까지 뿌리를 내리며 가는 것이 아마도 이 시인의 ‘식물학’이리라. 논의 끝에 응모작 5편 모두 고른 시적 개성과 성취를 가진 점을 높이 사서 ‘입과 뿌리에 대한 식물학’을 당선작으로 선했다. (황현산, 김혜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6 제2회 정남진 신인 시문학상 당선작 관리자 08-17 275
75 2017년 <문학들>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8-08 347
74 2017년 <시인동네>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21 678
73 2017년 <현대시>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21 546
72 2017년 <애지> 봄호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21 391
71 2017년 <포엠포엠>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21 333
70 2017년 <현대문학>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21 431
69 2017년 <문학과사회>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21 425
68 2017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3-24 779
67 2016년 문학선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1-09 1242
66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6) 관리자 01-03 2113
65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1) 관리자 01-03 1359
64 201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3 1172
63 2017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3 928
62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3 921
61 201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3 893
60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2 1012
59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2 1074
58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2 855
57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2 1014
56 201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2 936
55 2017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2 871
54 머니투데이뉴스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2 761
53 201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관리자 10-07 1844
52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10-07 1594
51 2016년 <시와세계>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7-07 2057
50 2016년 <현대문학>신인추천 당선작 관리자 06-23 2387
49 2016년<문학과사회>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11 2073
48 2016년 <현대시학>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5-18 2304
47 2016년 <시로여는세상>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5-18 1679
46 2016년 <문예중앙>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5-18 2135
45 2016년 상반기 <시와 반시>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4-05 2033
44 2016년 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당선작 관리자 04-05 2071
43 제4회 <문예바다>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4-05 1702
42 2016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4 4024
41 2016년 <세계일보 >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4 2770
40 2016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4 3467
39 2016년 <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4 2583
38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4 2421
37 201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4 2212
36 2016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4 2365
35 2016년 <국제신문>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4 2194
34 201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4 2306
33 제1회 전봉건문학상 수상작 관리자 11-19 2477
32 2015년 신석정 촛불문학상 당선작 관리자 11-19 2701
31 2015년 <포지션> 신인추천 당선작 관리자 11-19 2640
30 2015년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 당선작 관리자 11-19 3079
29 2015년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작 관리자 10-01 3369
28 2015년 <실천문학>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9-16 3871
27 제10회 최치원신인문학상 당선작 관리자 09-08 2642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