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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5-18 15:09
2016년 <현대시학>신인상 당선작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03  
2016 <현대시학> 신인상 당선작


■ 국도 외 4편 김민
■ 버찌를 밟는 계절 외 4편 신성희

 


국도 외 4편 김민
국도



겨울바람은 특히, 국도에서는 가공할만하다. 건달노릇을 하다 전봇대가 된 사내가 있다. 바람 때문에 곁눈질을 했는데 사시가 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바람은 국도에서 분다. 취한 오 톤 트럭은 국도에서는 세렌게티의 하이에나다. 겁에 질린 사내는, 샅으로 바람이 들고, 내장의 단물이 금계랍처럼 변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꿈에서 본 무늬만 궁전인 꿈의 궁전은, 시골 부동산업자의 손에 도매금으로 넘어갔는데 사내의 살을 비벼주던 그 살도 그날 국도로 나앉았다. 건달노릇을 하다 전봇대가 된 사내는 소문이 파다하다. 산을 넘어 달아난 국도에 두런두런 소문이 자랐는데. 십일월이었다.


남은 정액으로 시위를 하다가 불임 판정을 받고 돌아온 날, 처녀들의 수다가 국도에 거미줄처럼 걸렸다. 공사판으로 변한 국도에서, 건달노릇을 하다 전봇대가 된 사내는 또 곁눈질을 했다. 일렬종대로 도열한 건달들의 손에는 곡괭이가 들려있었고, 내 집 하나 박살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건 괜찮은데, 길을 잃은 게 문제였다.





악마에 대하여



물고기들이 기침을 한 건 자연스런 일이었다. 동 틀 무렵이었다. 입술은 소문을 구걸했는데 소문이어서 괜찮았다. 부모들이 소녀들을 배웅할 때면 소년들이 훔쳐보더니, 소문대로 솟대가 구경한 셈 치면 되는 일이었다.


그제야 커서가 숲을 인쇄했는데 A4용지에는 식탁과 양푼이 그려졌다. 양푼에는 방울토마토와 으깬 감자가 담겨있었고 바닥은 주스찌꺼기가 더께 져있었다. 몽정을 배운 소녀들이 숲에서 발견한 거였다. 무덤 옆에서 바랭이가 웅웅 소리를 냈는데, 그 바람에 새벽안개가 산을 넘은 거라고 했다. 월식이 중늙은이의 등을 위로했으며, 폭포에서 멱을 감던 처녀가 사산했다는 소문은 거짓인지 몰랐다. 꽃들은 습기를 물고 해를 기다렸다. 새벽이 승천하고 있을 때였다.


사실이었다.


숲에서 멱을 감던 처녀들이 수태를 한 것도
어미들의 비명이 숲을 갈랐는데, 걸음을 멈춘 도마뱀이 그 소리를 들었다. 달 바라기를 하던 조선 남자는 도마뱀으로 식사를 하곤 큰 입으로 트림을 했다. 식탁이 비릿했다. 마루에는 묘비가 세워졌다. 새벽이었다.


숲으로 가는 소녀들의 행렬이 안개 속으로 보였다. 거리에서는 솟대들이 구경을 했다. 할멈이 집 앞에서 곡을 했는데 또한 새벽이었다. 나는 전령처럼 달려가 그 소식을 알렸다.
허기가 밀려왔다.
아침식사로 하얀 국수를 해먹었다.
내 목숨이 질겨졌다.





깃발



몽상 뒤였다. 밤사이 섞인 몸에선 뼈가 맞춰지고 살집이 되살아났다. 창가에서 본 거리는 텅 비어 알몸이었다. 하루를 산 폐는 호흡을 거부하더니 명상을 시작했다. 눈 쌓인 거리는 태초와 흡사했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거리로 퍼져 나갔다. 전진하는 동안 가슴이 심하게 떨렸다.


토막잠은 긴 의자를 연상시켰다. 폭설이 멈추자 구름 사이로 해가 보였다. 배고픈 참새들은 향나무 잎을 쪼아 먹었다. 참새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골목에는 깃대가 가득했고 의미는 사라지고 형체만 기억했다.

해가 드는 숲에서 남몰래 깃발을 만들었는데 깃발은 익명으로 나부꼈다. 깃발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사람들은 가슴을 가린 채 깃발을 흔들었다. 깃발의 생애가 편년체로 기록됐다. 나는 거리로 달려 나갔다. 커피를 마시며 깃발을 복종시켰는데, 그만하면 몽상의 대가로는 충분했다.

 




목구멍 깊숙이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목구멍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다 목구멍은 생각을 하는 곳이 아니라 처넣는 곳이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애달픈 목구멍, 이라고 말했다. 목구멍은 그렇게 매일 뭔가를 처넣었는데, 나는 기억하지 못했다. 목구멍은 무엇이든 기억하는 법이 없었다. 흑미가 섞인 밥알과 프라이팬에 구운 스팸을 처넣는 동안 목구멍의 일상이 잠시 슬퍼졌을 뿐. 귓구멍을 막고 가만히 하늘을 보면서 나는, 구멍에 대한 여러 기억들을 추억했다. 시간이 새털구름처럼 떠도는 동안, 나는 결코 우연히 살아남지는 않겠다는 다짐을 해보는 것이었다.

 




가구를 위한 라이브



나는 한 때 가구였다. 거실은 하품이 용인되지 않는다. 책장 속의 허무주의와 자유주의는 나와 무관하다. 묵언과 칼처럼 파고드는 침묵을 우울하게 실감할 뿐, 내 집은 나를 가두고 책장은 나를 세뇌시키는데, 내 사전에 저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가구처럼 트림을 하며, 트림은 내가 할 수 있는 존재의 무기력한 확인일 뿐 그것이 나를, 다시 거리로 내몰 것이다. 그때 너는 의심하지 말기를, 머지않아 거리에서 불타는 가구를 목격하게 될 테니. 내가 나를 태워 재생되는 생생한 현장을 나는 라이브로 들려줄 테다. 다시는 개처럼 짖지 못하도록 다시는 소처럼 하품하지 않는 역사를 디자인할 것이다. 나의 카메라가 들려주는 라이브는 쇼가 아니다. 익명의 거리에서, 불타는 가구의 현장을 라이브로 송신하는 동안, 너는 소파에 누워 비로소 너의 눈을 의심하게 될 테니. 그제야 나는 너를 비웃으며, 너를 폐기처분할 것이다.

 


 



버찌를 밟는 계절 외 4편/ 신성희

버찌를 밟는 계절



오전에 외출하지 못했죠 시계를 물고 잠에 빠지곤 하죠 버찌들이 터지고 오전은 갇혀 있어요 커튼에 고이는 잠이죠 버찌의 그늘이 터지고 버찌가 숨죠.


나는 파란 버찌와 사랑에 빠졌죠 이불이 지독한 그늘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밤이 물렁해지도록 우리는 침대를 끌고 다녔어요 바람이 상하는 소리 빗방울이 싹트는 소리 남겨진 소리들이 내 귀를 찾는 거예요


이상한 소리들을 흔들어 보았어요 아파트 벽 속에서 벽들이 싸우는 소리도 들리는 거예요 벽을 쾅쾅 차보아도 벽은 여전히 벽속에 있고 매일 그들을 들어야 했어요


익지 않은 버찌들을 흔들었어요 벽지에 달이 뜨고 해 지면 새가 울었죠 그렇게 그들과 살았어요 내가 그렁그렁한 그림자를 거느렸던 시절 오늘도 여자들은 버찌를 밟고 외출하고, 나는 여전히 터지지 않는 잠이 입에 가득해요





검은 뿔산
 


저것은 나의 뿔일 것이다


감출 수 없는 마음이
어디로도 나지 않는 길을
찾으며 내 뿔이 저기로
걸어갔을 것이다


벗어 놓았던 내 피부들이
서로에게 기대고 기대어
뾰족해졌다


갇혀 있던 소리들이 시끄럽게
검어졌을 것이다
꽃 하나 자라지 못하게 딱딱해졌을 것이다


거대한 몸집을 감추며 밤에만 걸어갔을 것이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억누르며
조금씩 조금씩 서쪽으로 융기했을 것이다
검은 뿔로 천천히 솟아났을 것이다


뿔을 잃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뿔이 된다





말복
 


얼굴을 찢으며


뛰어내리고 있었다


그토록 큰 소리를 낸 적은 없었다


일어날 일들은 모두 일어났어요


개의 목을 바꾸어주는 놀이,


식칼이 꽂히면


사납게 울던 대문이 조용해지고


비밀을 물고 있는 입이 벌어진다


혼자인 얼굴이 허전하게 놓여 있었다


목을 찾고 있었다


내 목을 노려보고 있었다


개를 잡던 사내가


나를 향해 칼로 공중을 갈랐다


내가 사랑하는 개의 목이


축 늘어진 개의 시간이


가장 부러운 적이 있었다

 




불타는 집



새빨간 개 한 마리
튀어나온다


누군가 전화선을 끊어 놓았다


열리지 않는 문 속에서
괘종시계가 시럽처럼 녹아내린다
당신과 당신과 당신은 가장 좋은 땔감이다


(왼쪽 뺨이 타는 냄새)


늑대 이빨 같은 별들이
밤하늘을 마구 물어뜯는다





야광귀*



노인이 죽었을 때 나는 웃었다


벌레를 씹던 노인은
항아리 안에 숨어 있는 나를 찾아 소리 없이 걸었다
숨을 참으면 내 몸이 불어났다
독의 머리카락이 자라났다
노인은 계속
살아 있었다
죽지 않는 그 입이
아침마다 신탁을 주었다
야광귀가 찾아올 것이다
신발이 오그라들었다
머리카락을 태워 마당에 뿌렸다
오늘 밤 너의 신발이 사라질 것이다


야광귀
뼈대만 남은 몸이
흔들흔들 웃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나의 눈썹이 몽땅 빠지고
노인이 덜렁거리는 잇몸으로 고기를 씹었다


내 살 같은 개를 씹고 또 씹는다
신발 같은 뼈들이 마루 밑에 쌓여 갔다


* 정월 초하루나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서 인가에 내려와 사람들의 신발을 신고 간다는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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