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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작성일 : 17-01-03 14:55
2017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66  

 

2017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전쟁의 시간

 

   주민현

 

 

 

빗방울이 창문에 부딪치며 싸락싸락 소리가 났다.

라디오에서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앵커의 목소리가 지지직거리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쁨과 안도가 터무니없이 먼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어두운 언덕을 넘어가고 있는 군인들의 긴 행렬을 떠올렸다

바게트 굽는 냄새가 식탁 위로 흘러 넘쳤다

 

하지만 불안이 커튼처럼 남겨져 있었다

 

어쨌거나 다시 자랄 것이다

식물이나, 아이나, 어둠 속에 수그린

수련이나, 오래 구겨져 있던 셔츠 같은 것이

교사나 수렵꾼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생활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뜯어진 커튼처럼 그렇게 남겨져 있었다

 

어머니는 인간이 물고기로부터 태어난다고 믿었다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끝내 믿을 수 없어 했다

 

이곳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반쯤만 돌아온 사람도 있었다

식은 총구에서 나는 싸늘한 냄새를 맡으며

수프를 먹었고, 기도를 했고, 달력을 넘기며

고작 이 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했다

 

칼로 가른 물고기 뱃속에는 구슬이 가득했다

종종 정신이 돌아오는 늙은 어머니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종려나무야, 다른 신발을 쥐고 태어난 깨끗한 발아,

이것을 좀 보렴, 이렇게 아름답잖니

 

신은 언제나 우리의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단다

 

어머니는 자주 누워 있었고 집 밖에 내어 놓은 의자는 비에 젖었다

전쟁이 끝나고 좀도둑 떼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곧 사월이 오면 먹을 게 좀 생길 거다

이웃집 사람들과 매일 대화를 했다

 

이 동네를 떠나세요, 아직 젊으니까 도시로 가면 여기보단 지내기가 나을 거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누워서 중얼거리는 어머니는 조금씩 물고기의 형상을 닮아 갔다

 

오빠 마구간에서 새끼 양들이 태어났어

이상한 일이다, 신의 증거 같은 것일까?

그 양들은 옆집에서 도망친 가난한 슬픔일 뿐이란다

 

사는 게 지옥 같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아직 지옥엔 도달하지도 않았는걸요

 

사월에도 눈이 내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다시 학교에 갔고

곳곳에 무너진 건물이 다시 건축되고 있었다

 

가는 물줄기 안에서 물고기 몇 마리가

더 커다란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심사평]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전쟁, 역동적인 서사 전개 돋보여

              김수이(문학평론가) 박형준(시인) 이영광(시인)

 

 

 

   2017 한경 신춘문예’는 작가 지망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나이 제한을 없애고 새롭게 출발했다. 신춘문예 응모자는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나 청년 작가이니,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정학명의 ‘비’는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서정의 굳건함이 장점이지만 자신의 정서에만 얽매이는 정제되지 못한 표현이 더러 눈에 띄었다. 하영수의 ‘제빵의 귀재’는 재기발랄한 감각적 발상법을 습득하고 있지만 이제는 혼자만의 길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당선작을 놓고 겨룬 것은 김대일과 주민현의 작품이었다. 김대일의 ‘옆으로 열리는 문’은 현실을 다양한 맥락으로 중첩하는 시적 사고가 묵직했다. 다만 진실성에 비해 시적 완성도에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선작으로 정한 주민현의 ‘전쟁의 시간’은 방송에서는 전쟁이 종식됐으나 생활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계속 중이라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세계 내전과 국내 현실의 교직을 통해 서사적으로 전개된다. ‘물고기’의 상징이 모호한 것은 약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역동성이 있고 의욕이 넘친다. 당선한 주민현에게는 축하의 말을 전하고, 아울러 모든 응모자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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