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문학 강좌

(관리자 전용)

☞ 舊. 문학강좌

 
작성일 : 16-02-11 09:3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237  

시를 쉽게 쓰는 요령 - 김영남

 

 

5. 시를 쉽게 쓰려면 2 구조에 눈을 떠라.

 

* 이중구조란 글자 그대로 두 가지 그림을 거느리는 구조를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현실의 나와 의식 속의 나, 현재의 나와 과거ㆍ미래ㆍ 또는 추억 속의 나, 현실의 나와 거울 속의 나, 현실의 나와 그림 속의 나등 이런 관계를 말합니다. 이런 관계의 시를 가장 선명하게 제일먼저 제시한 시인이 바로 <이상> 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상 시인은 주로 거울을 매개체로 해서 현실의 나와 의식 속의 나를 잘 조응했었습니다. 사실 이중구조 이치만 잘 이해하고 소화한 사람이면 이런 유형의 시가 쓰기도 쉽고 참 재미있다라는 걸 금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남들은 난해하고 쓰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 로직은 의외로 쉽지 않나 생각합니다. 현실의 나와 거울 속의 나와 대화를 계속 나누면서 온갖 장난과 행동을 다 해보는 겁니다.

"현실의 나와 거울 속의 나"로 예를 들면 < 내가 눈빛을 시퍼렇게 뽑으니까/ 거울 속의 녀석도 눈빛을 시퍼렇게 뽑는다./ 내가 쫓아가니까 그 녀석은 도망간다. 화장실로 숨는다/ 내가 다시 돌아서니깐 녀석은 다시 기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와 행동을 이 둘에만 초점을 맞추어 전개해 나가면 시적 공간이 나와 거울 속의 나로 한정되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아주 선명하게 되고 이야기도 풀어나가기가 한결 쉽게 됩니다. 제 시집 '정동진역'에 실려있는 <도둑놈을 잡자>라는 시도 참고로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상상의 시작도 이런 데에서부터 시작하고, 고정관념을 벗어나 사고의 자유로움을 쉽게 느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데에부터 시작하지 않나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마인드를 갖고 이상, 김기림, 김수영, 오규원 등 이런 시인들의 시를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시가 참 재미있다는 걸 금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소재의 이중구조

 

위에서 예를 든 이중구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재의 이중구조라는 것이 있는데 이걸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즉 어떤 오브제를 갖다놓고 그 소재와 나와의 관계 둘로 보고 시를 써 나가는 것입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때 시를 끌어내는 방식이 세 가지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첫째는 내가 아예 그 소재가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고,

둘째는 거꾸로 그 소재가 나로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고,

셋째는 그 소재와 내가 서로 마주보고서 떨어져 앉아 대화를 나누며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깡통>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 첫 번째 방법은 이렇습니다.

< 나는 엉덩이에 찌그러진 상호를 붙였지만/ 발로 차면 크게 소리를 지른다/ 밟으면 시커먼 침을 뱉을 수도 있고/ 잘 돌봐주면 난 그대 책상을 꾸미는 꽃병이 될 수도>

이런 식으로 내가 깡통이 되어 깡통의 속성을 가지고 계속 생각하고 행동한 다음에 제목을 <깡통>으로 붙이는 경우입니.

이때 유의할 점은 본문 내용에 절대 '깡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안 됩니다. '깡통'이란 말이 들어가면 깡통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내가 깡통이라는 환상이 갑자기 확 깨져버립니다. 이것만 잘 소화해도 현상문예 예선을 거뜬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가 감각적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거꾸로 깡통이 내가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 이 깡통은 목소리가 크고/ 속에 든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하루종일 거리에서 빈둥거리며 놀고/ 그리하여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깡통/ 가끔 앞집 아저씨의 발에 채여/ 아프다고 소리치는 깡통……>

이렇게 깡통이 내가 되어 생각하고 행동한 다음에 제목을 <김영남>으로 붙이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또 반대로 '나의' 는 말이나 ''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단어를 보는 순간 환상이 확 깨져버립니다.

 

* 세 번째 방법은 지면상 설명이 좀 길어질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첫 번째 방법에 충실한 시 한편을 소개하고 게시판 시 감상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첫 번째 방법만 잘 활용해도 눈에 확 나는 좋은 시를 금세 쓸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수박 / 윤문자

 

나는 성질이

둥글둥글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허리가 없는 나는 그래도

줄무늬 비단 옷만 골라 입는다

마음속은 언제나 뜨겁고

붉은 속살은 달콤하지만

책임져 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배꼽을 보여주지 않는다

목말라 하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겉모양하고는 다르게

관능적이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오장육부를 다 빼 주고도

살 속에 뼛속에 묻어 두었던

보석까지 내 놓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25 당신이 모르는,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시인 윤동주 이야기 (1) 관리자 04-05 2101
224 요절 시인 기형도(1960~1989) - 금은돌 관리자 03-28 1846
223 '문학'과 '연애' - 김행숙 관리자 03-25 1856
222 시를 잘 쓰는 16가지 방법 - 송수권 (1) 관리자 03-24 2464
221 시는 어디서 오는가? - 장옥관 (1) 관리자 03-23 1749
220 우리는 왜 시를 사랑하는가 - 정호승 (2) 관리자 03-22 1877
219 시 창작의 비법은 없다 - 조태일 관리자 03-21 1780
218 상징과 기호학 / 침입과 항쟁 - 변의수 관리자 03-18 1435
217 비평과 해석학적 중독 - 변의수 관리자 03-17 1272
216 내게 시는 너무 써 - 서효인 관리자 03-16 1554
215 詩는 감정의 소산이다 - 장옥관 관리자 03-15 1458
214 시와 공동체 - 나희덕 관리자 03-14 1494
213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 장석남 관리자 03-10 1509
212 시인 김수영 - 장석주 관리자 03-09 1487
211 언어를 창조하는 은유 - 강희안 관리자 03-08 1589
210 시의 토대 - 이수명 관리자 03-07 1549
209 詩와 '아바타(Avata)' - 김백겸 관리자 03-04 1457
208 너이면서도 그인 나 - 이은봉 관리자 03-03 1444
207 참된 나 ; 없는 나 - 이은봉 관리자 03-02 1364
206 시 속에서의 나, 가공된 자아 - 이은봉 관리자 02-29 1415
205 언어, 나, 자아발견 - 이은봉 관리자 02-26 1497
204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 마종기 관리자 02-25 1466
203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 김명인 (1) 관리자 02-24 1418
202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 천양희 (1) 관리자 02-23 1803
201 침묵하는 연인의 홍조와 열망 - 김백겸 관리자 02-22 1445
200 시, 존재로서의 진리체 - 윤의섭 (1) 관리자 02-19 1563
199 퇴고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 김영남 관리자 02-18 1711
198 시어 선택 시 고려해야 할 두 가지 - 김영남 관리자 02-17 1757
197 효과적이고 매력적인 시적 표현 얻는 방식 두 가지 - 김영남 관리자 02-16 1934
196 엉뚱하게 제목 붙이는 법 - 김영남 관리자 02-15 1662
195 제목을 효과적으로 잘 붙이는 요령 - 김영남 관리자 02-12 1745
194 시를 쉽게 잘 쓰려면 2중 구조에 눈을 떠라 - 김영남 관리자 02-11 2238
193 시의 길이는 20행 정도가 적당하다 - 김영남 관리자 02-05 1846
192 초보자의 시 습작 방법 - 김영남 관리자 02-04 2050
191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방법 - 김영남 관리자 02-03 1781
190 상상하는 법을 익혀라 - 김영남 관리자 02-02 2090
189 독자 없는 시대에 '불통'이 미덕인가 - 강인한 관리자 02-01 1697
188 가장 오래된 인생과 그 고통…‘공무도하가’에 대한 한 상상-신형철 관리자 01-29 1670
187 새말, 줄임말, 늙은말 - 김병익 관리자 01-28 1697
186 표절에 관하여 - 황현산 관리자 01-27 1677
185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김 현 관리자 01-26 1666
184 [인문학 속으로] 시인 신경림, 평론가 유종호 관리자 01-21 1722
183 「공무도하記」읽기 : “그대 나를 건너지 마오” - 권영숙 관리자 01-20 1760
182 이 죄악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 황현산 관리자 01-19 1690
181 시와 별 - 서해성 관리자 01-18 1943
180 [에세이 사물 사전] 먹물 - 박후기 관리자 01-15 1751
179 해탈을 위한 해체론 - 강신주 관리자 01-14 1844
178 시의 부활을 위하여 - 이재무 관리자 01-12 2085
177 네루다, 사랑과 혁명의 이중주 - 유성호 관리자 01-11 1759
176 고정희, 그가 남긴 여백 - 박혜란 관리자 01-08 2184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