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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전용)

☞ 舊. 문학강좌

 
작성일 : 16-03-15 09:1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190  

詩는 감정의 소산이다 - 장옥관

 

 

그것은 진실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게 한다
열목어라는 물고기가 있다. 눈에 열이 많아서 찬 곳을 찾아가 눈을 식힌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광고, TV, 영화,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들의 벌겋게 달아오른 눈, 따지고 보면 열목어의 눈이 아닌가. 영상매체의 영향 탓인지 오늘날 사람들은 지나치게 시각에만 모든 걸 걸고 있다. 이러다간 인류가 파리처럼 눈알만 커다랗게 진화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다. 문제는 시각이 인간을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데 있다.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대중 영상매체에 빠져 있는 동안 몸의 감각은 무뎌지게 마련이다. 보름달이 떠도 뜬 줄 모르고, 여린 풀벌레소리 밤새 귓가를 간질여도 들을 줄 모르는 굳은 감각. 발뒤꿈치 같이 굳은살 박힌 마음의 눈. 숫자와 속도와 말초적 쾌락에 빠진 삶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삶, 느끼는 삶을 되찾기 위해서는 감각의 회복이 우선이다. 시는 온몸의 감각을 통해 우리의 마음에 스며든다.

 

굳은 감각만큼 현대인에게 심각한 문제는 닫힌 감성이다. 앞으로 인류가 망하게 된다면 핵무기가 아니라 굳은 감각과 닫힌 감성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학교 앞에 파는 병아리를 사와 아파트 옥상에서 멀리 날리기 장난을 하는 아이들, 여기에서 인류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나병은 그 병을 일으키는 특별한 병원체가 있는 게 아니라 아픔을 느끼는 통점이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정강이뼈가 보일 정도로 상처가 깊이 곪아도 축구공을 찰 수 있는 게 나병이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니 몸이 썩어가도 제 때에 치료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병들어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면 고칠 수가 없다. 시는 이기심에 병든 마음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싸안고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에서 탄생한다. 그것은 곧 연민의 마음, 주체와 타자의 경계가 무화되는 화해와 조화의 세계이다.

 

그러나 아무리 뜻이 숭고하다 하더라도 시 읽기에 즐거움이 없다면 누구도 선뜻 시집을 손에 쥐지 않을 것이다. 커피 한 잔을 즐기듯 시를 즐기는 방법을 학교교육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다. 입시공부는 시를 죽여 놓고 이게 간이고, 이게 염통이고, 이게 신장이라고 가르친다.

 

시 감상의 핵심은 상상의 힘. 되도록 말을 줄이고 뜻을 넓히는 것이 시다. 짧은 말이기 때문에 더 선명하게 우리의 뇌리에 기억된다. 짧은 형식으로 많은 뜻을 담기 위해서는 상상을 통한 독자들의 의미생산 작업이 필수적이다. 달리 말해 시인의 입장과 처지에서 시인의 발언을 음미하는 일. 여기에서 정서적 공감이 이루어진다.

 

시는 감정의 소산이다. 그러나 그 감정은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시의 과학성이다. 따라서 시를 읽는 일은 감성과 이성의 종합적 정신능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한갓 여기로서의 시가 아니라, 정서순화교육 차원의 시가 아니라, 인간 심리의 이해와 삶과 세계의 진실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게 하는 시의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진정한 의미라고 할 것이다. 그 첩경이 몸을 통한 시의 감상과 이해다. 왜냐하면 시는 무용처럼 몸으로 느껴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는 모든 사람의 몸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 못 믿겠거든 지금 당장 왼손바닥을 심장 아래 대고 오므려 펴보기 바란다.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는가. 어린아이 필체로 비뚤비뚤 적혀 있는 단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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