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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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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3-17 09:1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408  

 비평과 해석학적 중독

 -해석이 상징이라면, 비평은 또 다른 상징의 생성이다

 

  변의수

 

 

 

비평은 약호의 사전서가 아니다. 하지만, 비평은 종종 사전이 되고자 애를 쓰며 시 텍스트로 하여금 사전적 약호 체계의 산물일 것을 주문하는 것 같다. 시인은 질료적 기호체로서의 텍스트를 만들 뿐이지 의미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20세기 초엽 카시러는 표현적 또는 재현적 상징 보다 순수 의미작용의 상징을 가장 수월한 단계로 보았다. 카시러의 순수 의미작용이란 소쉬르가 언어 기호학의 제1의 원리로 삼았던 '자의적’(arbitrary) 결합의 방식 그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카시러의 ‘순수의미 작용으로서의 상징’이 뒤샹이 행하였듯 눈 치우는 삽에다「부러진 팔에 앞서서」와 같은 전혀 무관한 자의적 제목을 붙이는 식의, 시적 기호체의 작품 제작방식에까지 사유를 진전시켰던 건 아니다. 하지만 수학이나 과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시나 예술 역시 자의적 구성의 상징 기법은 보편화 되고 있으며, 시 · 예술에서의 그러한 자의적 상징의 기법은 자의성의 기호에 대한 헤겔의 헌사처럼 ‘낯선 의미를 혼으로서 부여’하는 새로운 문명의 이식과도 같은 충격을 전해 준다.

우리가 작품이라고 부르는 텍스트는 엄격히 말해 ‘상징 생성’의 매개체일 뿐이다. 그렇다면, 텍스트에 대한 비평적 해석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텍스트에 대한 기호학적 해석 다시 말해 시작의 양식과 그 문법들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진다.

자의적 상징의 텍스트에 있어서는 더욱이 그러하다. 비평에 있어서 의미의 생성이 있었다면 그것은 온전히 비평가 사적 개인의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어떤 비평의 경우, 재구성 되지 않는 텍스트의 자의성을 질책한다. 그러나, 의미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의미는 지식이나 추론적 이성에 의해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상학자는 먹구름의 데이터를 읽고서 비가 올 시기와 그 양을 추정한다. 그러나 어부는 하늘의 먹구름을 읽고서 폭풍우의 시기와 그 강도를 짐작한다. 시를 읽고 접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특이하게도, 감각적이고 실존적 차원의 일이다.

의미의 생성에 있어선, 자의적 상징의 텍스트를 접할 경우 비평자 역시 한 사람의 독자에 다름 아니다. 이때 비평가의 주요한 임무는 텍스트(기표적 표상체)에 대한 기호학적 관심 즉, 기표적 표상체에 관한 문제이고, 의미의 생성은 독자의 몫으로 돌려져야 한다. 특히, 자의적 상징에 있어서 텍스트를 의미체적 사전이나 하나의 진리와 같은 것으로 다루고자 한다면, 그것은 수사적 태도의 해석학적 중독 현상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시 텍스트를 구성하는 시인들 역시 마찬가지로 해당하는 문제이다. 시인은 ‘의미’마저 형식으로 표상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기 전경화’(텍스트를 객관화시키기보다 작가의 무의식을 드러내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

해석은 또 다른 창조적 상징 생성의 행위이다. 상징은 동일성(사전적 약호와 텍스트의 의미에 관한) 비교에 의한 확인과 그런 유의 믿음 같은 것이 아니다. 상징은 사전 밖의 세계에 대한 직관적 통찰의 획득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추론적 해석의 비평에 대해 그러한 상징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비평적 해석에서도 그와 같은 비약적 직관을 요구하는 까닭에서이다. 적어도 비평가로서의 해석은 단순한 동일성 확인에 관한 비교적 차원의 확인을 넘어서는, 융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이지 않는 기슭을 향하여 던져지는 다리’와 같은 직관적 상징의 해석을 소망하는 것이다.

추론과 단정 행위는 원관념이 제공되지 않은 미지에의 상징 행위이다. 그 연결물이 해석이라는 비평의 작업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비평은 미지의 세계를 찾아나서는 또 하나의 상징 생성의 행위이다. 자의적 상징의 텍스트는 의미에 대한 지시체가 아니라, 의미를 생성하게 한다. 상징은 표상되는 순간에 의미가 생성된다고 한 헤겔이나 에코 등의 언급은, 우리의 인식과 마찬가지로, 시의 텍스트가 사전이 아닌 그 이상의 어떤 것임을 이미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나의 문장, 하나의 단락은 하나의 개념을 상징한다. 그러나, 진부한 용어들 위에서는 시선이 머물 곳이 없다. 비평이 비평가라는 사전적 주석가의 기술에 그치고 말 수 없듯, 詩文 또한 주석가의 해설을 요구하는 고생대의 화석 같은 죽은 낱말의 나열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비평가에게 있어서 시인은 의미의 생성자가 아닌, 시문 즉, 예술의 문법을 창조하는 자이다.

예술은 비의식의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의식이라는 것도 실은 비의식의 결과물일 뿐이지만, 비의식이 얕은 곳에서 의식과 의도적 기호물이 생성되지는 않는다. 고래는 연못의 물고기가 아니다. 새로운 시문법은 깊은 비의식 속에서 끌어올릴 수 있다. 시 · 예술을 밝은 의식계로 인도해내어야 하는 책무가 비평가에게는 있다. 사후추론적 논의들인 수사학과 논리학이 시 · 예술을 창작케 하고 훌륭한 논리를 구사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류와 미망 속에서의 착오의 과정은 줄이게 한다. 사실,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다음 세대들을 위하여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사후추론적 해석의 작업으로서의 비평이 한갓 사전적 정의의 기록과 재단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은유와 시는 촛점적 과학이 제시하지 못 하는 존재론적 인식과 성찰을 유도한다. 과학이 초점적 추상화의 철학을 추구한다면, 시 · 예술로서의 은유와 상징은 실체적 존재론의 인식을 추구한다. 은유는 형식논리의 입장에서는 기만이나 거짓이다. 그러나 모순적 현상의 내부에 은유는 통일적 참된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시적 은유의 힘과 본질은 거기에 있다.

자연의 세계로 나침반을 돌려놓을 수 없는 현금에서 은유는 신화의 훌륭한 대유물일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서사보다도 찰나적 통찰이 더 힘을 발휘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좌뇌적 사유에 의존하는 과학 못지않게 은유는 더 깊은 비의식의 자연에 닿아 있는 때문이다. 비평이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다면 비평이야 말로 한낱 공소한 수사적 유희에 그치고 말 것이다.

시가 하나의 감추어진 사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평 역시 약호들의 체계물로서의 사전 그것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 때 과연 사전의 겉표지와 시 텍스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비평은 참고서가 아닌, 원전으로서의 법문(法文)으로 또 하나의 상징 행위를 요구하는 상징 작용이어야 한다. 상징은 사전적 조회(照會)나 그 어떤 수사학적 또는 알고리듬적 전개의 산물이지 않다. 상징은 비의식의 직관과 통찰의 산물이다. 비의식의 시 · 예술의 도식을 의식의 빛으로 투사해내어야 하는 이유를 오늘의 비평계는 인식해야 한다.

-「비평과 해석학적 중독」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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