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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17 19:49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619  

염치(廉恥)없이 / 안희선


허겁지겁 살아왔다
이루어 놓은 일은 아무 것도 없다
所謂 시를 쓴답시며,
단 한 편의 詩도 쓰지 않았다
외로움이란 편리한 습관에 젖어,
나만의 어두운 둥지에서
혼자 기뻐하고 슬퍼하며 살아왔다
햇빛 아래 시체처럼 널브러진 욕망만 촘촘하다
그것들은 침묵하는 내 그림자와 친하다
언제나 나와 똑 같이 움직인다
하지만 유령처럼 공허하다, 숨길 수 없이

허무도 지나치면,
때로 꿈 같은 사랑도 되고 칼 같은 實存도 된다

그 덕분에 아직까지, 나는 염치없이 살아있다

그래서 비라도 오는 날엔 우산을 쓴다
우습게도, 나 역시 또 하나의 人生인 것처럼



초수대엽(初數大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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